원작 vs 영화
원작 -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스티븐 킹)
영화 - 쇼생크 탈출 (프랭크 다라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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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열을 가릴 수 없는 걸작 콤비
-93년, 원작이 국내에 처음 출간되었을 때 소설가 장정일은 그의 독서일기에서 '이게 심심풀이로 쓴 소설이면 죽어라 노력하는 다른 소설가들은 넥타이 공장이나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영화 사이트 IMDB에서 독자투표 1위를 달리고 있다. 과연 이 콤비는 원작-영화 콤비계의 엄친아 1순위다. (참고. 심심풀이로 쓴 소설이란 말은 스티븐 킹이 직접 한 얘기다. 쇼생크 탈출이 포함된 네 개의 중편을 모아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고, 킹은 이 중편들은 원래 각 장편들을 집필하는 사이에 그냥 재미로 쓴 거라고 말했다)
둘다 딱히 흠잡을 데가 없는 빼어난 (교도소 탈출)드라마다. 사실 여기서 소개가 끝나도 상관없다. 그러나 이 원작과 영화를 한 자리에 놓고 보면 특이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호흡, 혹은 분위기다. 두 작품을 모두 접해 본 사람들은 대부분 원작과 영화가 상당히 닮아 있다고 말한다. 세세한 설정에 차이가 있음에도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오페라를 트는 앤디'가 원작에는 없다) 두 작품은 거의 같은 정서를 공유한다. 이 닮음은 스토리가 비슷한 것만으로는 느낄 수 없다. 분위기다. 소설의 문장이나 전개가 나아가는 속도와 무게감을 영화의 연출이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 각색에서부터 쇼트의 길이와 카메라 앵글, 배우들의 캐릭터까지 거의 모든 변수가 작용한다. 특히 각색이 중요하다. 일례로 원작에서 교도소장은 (현실적으로) 여러 번 바뀌지만, 영화에서는 힘을 집중시키기 위해 교도소장을 단 한 명으로 끌고 간다. 그래야 원작의 무게감과 같은 입지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원작의 설정을 자신에 맞게 바꾸어야만 원작의 무게와 속도를 공유할 수 있다. 이는 매우 어렵고, 거의 본능적인 감각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때문에 원작과 영화가 각각 걸작인 경우는 많지만, 그 둘이 같은 호흡을 느끼게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쇼생크 탈출> 이후 스티븐 킹이 프랭크 다라본트에게 자기 작품의 영화화를 맡기다시피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이 영화를 열 번 넘게 보았다. 영화가 끝나가고 레드의 나레이션이 펼쳐지는 순간, 'I wish...'로 시작하는 그 시 같은 혼잣말이 들려오면 소설의 마지막 장이 머릿속에서 펼쳐진다. 이렇게 원작과 영화가 멋지게 닮아 있는 경우는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 쉽게 만나기 힘든 아름다운 한 쌍이다.
-외국소설MD 최원호
p.s: 오늘부터 한 달 동안(근무일 기준;) 영화와 원작에 대한 짤막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연재 도서들은 영화 원작소설 이벤트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영화 티켓 보관 수첩을 드립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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