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하자니 가슴이 뛰는 책이네요. ㅎ

청소년 이벤트 바로 가기입니다.



MD추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박스판, 전 7권)
/ 미야자키 하야오 글, 그림 / 학산문화사



  미야자키 하야오의 본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더 유명하지만, 애니메이션은 만화 시리즈에 비하면 도입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그 이후의 이야기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최근 출간된 대담집 <知의 정원>에서 다치바나 다카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말을 전한다. 나우시카는 더이상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수 없다고. 그것은 한계 밖의 일이라고.

   이 만화는 그야말로 걸작이다. 단순히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환경 친화적 사상이 드러난 정도가 아니다. 악역을 비롯한 모든 캐릭터들이 자신만의 존재 이유를 위해 투쟁하고, 그에 따라 단순한 선과 악의 구별은 어느새 사라져 있다. 위대한 자연의 힘 역시 자신의 목적론에 부합하는 용사들에게 힘을 싣는다. 도덕 교과서에도 나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가 펼쳐진다. 심지어 주인공 나우시카조차 특정인을 결코 신뢰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동지들'과 함께 신속하게 목적을 향해 돌진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만화는 내내 뜨겁다. 불신과 냉소가 아니라 의지와 의지의 뜨거운 대결이 펼쳐진다. 캐릭터들 사이에서 불꽃놀이가 벌어진다. 유럽의 그래픽 노블들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열기가 있다.

   그 열기는 맑시스트였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흔적, <미래소년 코난>에서 보여준 민중 혁명 영웅담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94년에 종결된 이 만화에서는 처음엔 선명했던 구원의 메시지가 갈수록 점점 사라진다. 해방의 여전사 같았던 나우시카는 어느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해방시켜야 하는지를 가늠하지 못한다. '무언가' 해방시켜야 하지만, 해방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누가 누구를 해방시킬 수 있는가? 누가 누구를 심판하고, 단죄하고, 상을 줄 것인가? 등장인물들은 열성적으로 치고 받으며 이합집산하지만, 누구도 거기에 대해 답하지 못한다. 다만 마음 속의 길을 갈 뿐이다. 공산주의가 무너진 포스트-혁명 시대의 혁명담.

   청소년들은 일단 나우시카를 모험담으로 읽어도 좋다. 한 발 더 나가면 페미니즘적 사고방식, 환경과 인간에 대한 주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너머에 나우시카가 품고 있는 세계는 훨씬 어마어마하다. 근현대 역사에의 고찰을 자유자재로 확장시킨 이 거대한 미래는 언제고 다시 읽을 가치가 있으며, 그때마다 다른 느낌을 가져다 줄 것이다. 당연히 그 시작, 첫경험은 빠를수록 좋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서둘러 추천하는 이유다.



-청소년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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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7-3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의 정원에서 다치바나 다카시가 애니는 만화책하고는 비교도 안 된다며 극찬극찬 해 두어서 보관함에 넣어 두었어요. 청소년 추천 시리즈 알짜배기 책이 줄줄 튀어나오는군요!

외국소설/예술MD 2010-07-30 19:55   좋아요 0 | URL
일말의 과장도 없이 말씀드립니다만, 정말 비교도 안됩니다. 급이 달라요. 한참 달라요.

알짜배기라고 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갈 길이 멀었네요.; 이벤트 끝나는 그날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ㅎ.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