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예술 분야를 맡게 되었습니다. 너무 좋아하는 분야라서 오히려 걱정이 되죠. 좋아하는 것들을 일로 만나게 되었을 경우에 지켜야 할 도리(?)를 아시는 분들은 아실 터...ㅎㅎ
거두절미하고 가겠습니다. 분야를 맡은 8월 말부터 9/22까지입니다. 혹시 놓쳐버린 안타까운 책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제보 환영합니다.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인류에 대한 직무유기니까요! 라고 써도 여유있게 받아 웃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리플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적당히 까 주시면 즐겁습니다.
-그림 그리기
가을이 감성을 자극해서인지, 그럴 거라고 출판사들이 생각해서인지, 어쨌든 그림 그리기 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스테디 셀러 시리즈인 <스케치 쉽게 하기> 시리즈가 드디어 동물 그리기를 출간했네요. 지구 파괴나 일삼는 인간 대신에 자연을 벗삼으시려는 분들께는 희소식이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국가별 산 그리기, 밤하늘 그리기 같은 게 나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어쨌거나 초판 한정 증정이라는 구도틀은 그 단순함에 비해서 꽤 쓸모가 있는 것 같습니다. 노려보셔도 괜찮을 듯.
그런데 요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경쟁작이 일본에서 날아왔습니다. 제목 참 멋진 <연필 하나로 시작하는 ** 연습장> 시리즈인데요. 일러스트와 스케치가 나와 있습니다. 특히 일러스트가 반응이 좋은데, 아무래도 이쪽이 무주공산이기 때문이겠죠? 수요를 꿰뚫는 공급이야말로 승리의 비결.
아,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이 책은 연필을 각성시켜 그림을 그려주게 하는 마법 주문서가 아닙니다. 정확한 제목은 일단 물질적으로는 연필 하나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연습장입니다. 초보일수록 많은 끈기와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마세요. 책 내지가 얇아서 뒤면이 좀 비치는 단점이 있는데, 2쇄에서는 해결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스테들러 연필과 지우개 세트는 1쇄에서만 제공한다고 하니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ㅎㅎ
그 외에도 회화 구도의 기본인 원근법에 대해서는 <투시원근법 학교 - 기본편>이 등장, 색채 감각에 대해서는 기초부터 응용법까지를 담아 놓은 <수채화를 위한 색채 가이드>도 눈에 띕니다. 이거 왠지 다 모아 놓으면 왠만한 그림은..? 이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책이 시간과 노력까지 주지는 않으니까요. 눈 딱 감고 시작하세요!
MD Preview :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1001
-뭔가 괜찮은 음반 가이드가 없나 주위를 둘러보시는 여러분, 이 책 괜찮습니다. 근래 번역된 음반 가이드 중에서는 가장 최신의 음반까지 추천 목록에 포함하고 있으며, 필진도 믿을만 합니다. 출판사에서는 매년 개정판을 낼 계획이라고 하니 추천 음반이 갱신되는 재미도 느끼실 수 있겠네요(사실 이 재미는 영어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펭귄 가이드 독자들의 전유물이었으니까요). 자신의 취향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어째서 빌헬름 켐프가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의 차선책인거죠?! 네?)
추천 가이드 중에서는 현대음악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므로 이 점은 각자 성향에 따라 감안하시면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음악의 비중이 높은 쪽이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미 매우 유명한 곡과 음반들에 대한 아마추어 리뷰어들의 정보망을 감안했을 때, 그 정보량이 극히 부족한 현대음악에 대해 추천과 리뷰를 제공하는 게 매우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사진과 화보도 풍성한 편입니다. 멘델스존의 스코틀랜드 교향곡 추천 음반의 주인공인 아바도의 젊을 적 사진은 정말 멋지네요. 잘생겼어요.
p.s: 책 발간이 약간 늦춰져서 이번 주부터 판매가 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프리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9/22) 발매네요.
p.s: 원전연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입니다. 참고하세요.
사설: 월간사진은 책을 어서 더 내 주세요
-현대 사진의 조류에 대해 가장 발빠르게 소개해 주고 있는 국내 출판사는 아무래도 (단행본 출판사로 보이지 않는) 월간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적절한 현대 사진 개론서를 찾아내고 저울질하는 수고 대신에, 사진집 판형으로 '베스트 앨범' 류의 책을 연속으로 낸 것은 의미있는 시도입니다. 허공에서 질주하고 있는 비평가들과 감나무 밑에 누워 입을 벌린 사진가들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책들이 보다 더 의미가 있겠지요. 비평이든 반동이든, 멋진 이미지를 앞에 놓고 시작해야 기깔이 나는 겁니다. 사진 비평을 텍스트로부터 시작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네 리플 달아주세요)
전작 <reGeneration>이 보다 젊은 작가들을 소개했다면, 근간인 <예술사진의 현재>는 그야말로 포토그래퍼 지구방위대 수준입니다. 때문에 일면 진부한 베스트 모음집이 될 수도 있는데요, 이 책은 현명하게도 편집자가 느끼는 비평에의 유혹을 작가 개개인의 인터뷰와 노트에 양보함으로써 그 위험을 피해갑니다. 예술 작업이 예술사의 일부이기 이전에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행동이라는 점을 되새길 수 있어서 좋지요. 살아있는 워크북으로써, 많은 사진가들에게 귀감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월간사진은 책을 어서 더 내 주세요.
*위 사설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판매 성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_-;;
-사진 테크닉
<디지털 사진을 영화 속 장면처럼 보정하는 비법>. 제목이 다 말하고 있습니다. 포토샵 중상급자를 위한 가이드북으로, 툴을 쓰는 방법보다는 후보정 감각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가득합니다. 특히 국산 책에서 종종 보이는 단점인 각종 툴의 조합을 통한 묘기(?)보다는 기본적인 레이어 플레이를 통한 콘트라스트 조절에 관심을 둔다는 점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단, 초심자 분들은 휘황찬란한 레이어 맵에 기가 질려버릴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사진의 완성, 구도 그리고 구성>은 예전 사진 월간지를 보시던 분들께는 익숙할 겁니다. 프레임을 분할해서 피사체를 어디에 집어넣는 게 좋을까를 가르쳐주는 정겨운 구성이네요. 구도 잡기가 감각이냐 계산이냐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매듭이니, 부디 사진 애호가 여러분께서는 어서 칼로 그 매듭을 끊으시기 바랍니다.
<DSLR 쉽게 찍기>는 그 반대편에 있습니다. 일종의 '감성'에 대한 팁이 가득합니다. 테크닉에 비해 '가르쳐주기는 어려운' 감성적인 코드를 피사체와 주제별로 공략하고 있네요. 꽤 독특한 시도입니다. 감성을 가르칠 수 있느냐 없느냐 역시 영원히 풀리지 않을 매듭이니... 칼은 여러분이 쥐고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든 휘두르세요.
-예술의 역사와 비평
거창한 의미는 아니고 그냥 모아 봤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책은 <무서운 그림>인데요. 잘 빠진 표지와 제목만큼이나 명화 속에 숨겨진 각종 무서운 의미를 끄집어 낸다는 테마가 신선합니다. 종종 비약이라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해당 시기의 사회적 문제나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파고드는 잡학스러운 재미가 괜찮습니다. 비주얼만 봐서는 제일 기괴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에 대한 설명이 제일 부실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별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였을까 라고 생각해 봅니다. -_-;;
<손 안에 담긴 미술사>도 주목할 만합니다. 시대별 사조로 나뉜 것은 다른 미술사 책과 별다를 바가 없습니다만, 이런 다이제스트 미술사 책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별로 인덱스를 구성했기 때문인데요, 교양 지식을 쌓기 위한 미술사 책으로써 이런 특징은 확실한 장점입니다. 지면상 심도있는 분석이나 시원한 크기의 그림은 만날 수 없지만, 삼국지도 다이제스트로 보는 시대에 이런 다이제스트 북은 그야말로 타의 모범이 된다 하겠습니다.
키스 먹시의 <이론의 실천>은 지금까지 언급한 책들 중에 가장 어려운 책입니다. 구조주의와 후기 구조주의의 지리한 전쟁을 예술 코너에서까지 만나야 하나! 라고 괴성을 지르시기 이전에, 그래도 한 번 봐 주세요. 미학이 탈정치적이고 가치중립적이라는 환상에 대한 문화정치학/기호학적 반격입니다. 응? 이미 앤디 워홀과 그 일당이, 혹은 발터 벤야민과 수잔 손탁이 다 풀어놓은 썰이 아니냐구요? (사실은) 맞습니다. 이 책은 근/현대 미학사에 대한 일종의 메타 분석이니까요. 그러나 역사를 재조합하고 그걸 현실에 비추어보는 것 역시 멋진 일인 바, 충분히 배부르고 뜨뜻한 독서였습니다. 든든해요.
-그리고
역시 폼나는 책들은 늘 나옵니다. 이번에는 두 권인데요, 마침 국가별 예술사(?)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The American century - 현대미술과 문화>와 <이슈, 중국 현대 미술>입니다. 전자는 듬직한 판형과 가격(!)이, 후자는 새빨간 표지가 인상적이네요. 앞선 책의 경우에는 종종 풀 사이즈 삽화의 해상도가 문제시되는 부분이 몇 있는 점이 아쉽고, 중국 책은 작가론이라기보다는 바이오그래피에 가까운 면이 좀 아쉽습니다. 다만 두 책 모두 해당 예술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여지네요. 특히 아메리칸 센츄리는 방대한 근-현대 미국 미술사를 알차게 추려 놓아서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습니다. 싫든 좋든 종합 1위는 미국이니, 공부하시는 분들은 피해갈 수도 없겠네요. 구입하세요! ㅎㅎ
(비율이 똑같네요.. 크기는 왼쪽이 더 큽니다;;)
-안녕히, 그리고 불고기는 고마웠어요
-그냥 해 본 소립니다. 모두들 즐거운 독서와 함께 하시길!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