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2기 신간평가단이 됐을 때는 별 느낌이 없었다. 아 됐구나! 하는 정도. 좀 뻔뻔한 말이긴 하지만, 왠지 될 것 같았던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알라딘에 링크했던 TTB 리뷰가 다행히 두 자리 수는 되었고 그 대부분이 소설을 읽은 후의 리뷰였으며 그 중 어떤 리뷰들은 꽤 꼼꼼한 기록이기도 했으니,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했다. 경쟁률 같은 건 별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번에는 안 될 것 같았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에 지원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13기 신간평가단이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12기 신간평가단 때 만났던 책들보다 더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라고 기대한다.
13기 신간평가단을 모집할 때는 소설이 아닌 에세이에 지원했다. 사실 나는 에세이를 즐겨 읽는 독자가 아니었다. 문학을 즐겨 읽는다고 말만 할 뿐, 독서의 대부분은 소설에 집중되어 있었다. 지금도 그런 편이다. 그렇지만 이번엔 에세이를 읽고 싶었다. 픽션보다 팩트를 읽고 싶었다. 물론 이 세상의 모든 '쓰인 것'은 엄밀히 말해 팩트가 아닐 거다. 아주 단순해보이는 사건도 쓰는 사람의 입장과 성격과 의도와 생각과 기분에 따라 복잡하게 얼키고 설킨 일로 적힐 수 있으니까. 경험한 이의 눈에 비친 것이 팩트인가, 그것을 옆에서 관찰한 사람의 눈에 비친 것이 팩트인가, 아예 거리를 두고 경험을 언어화한 것을 접한 사람의 서술이 팩트인가, 어려운 문제다. 결국 픽션보다 팩트를 읽고 싶었다는 나의 진술 역시, 완전하지 못하다.
다시 쓴다. 이번에 내가 원했던 건 숨쉬고 밥 먹고 잠 자고 돈 벌고 술 먹고 화 내고 냄새나고 병 드는, 살과 피와 뼈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었다. 아무리 소설 속 등장 인물에 작가의 모습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해도 소설이라는 장르에서의 인물은 허구이니까. 허구가 아닌, 냄새 나는 인간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인간 냄새' 따위의 수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 그것을 가진 인간의 이야기가.
힘내렴 넌 할 수 있어 따위의 간지러운 위로, 풍경이나 사물을 지나치게 대상화하거나 이상화한 사진이 반인 여행기, 허세에 쩔은 문장을 대단한 진리인 양 써 놓은 종이뭉탱이 따위를 잘 피해야겠다. 저런 것들과 저런 것이 아닌 것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 이제까지 에세이를 많이 읽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해서.
그리하여, 이번 달 나의 첫 번째 주목 신간은!
내가 죽음을 선택하는 순간과 달나라 소년은 죽음과 삶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로 선택했다. 자신이 생존할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안 사람이 더이상 삶을 지속시키려 하지 않고 안락사를 하기 위해 절차를 밟아 나가는 이야기와 중증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을 통해 생명이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찾아나간다는 이야기. 생명은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일까. 존엄함을 유지할 수 없는 생명은 가치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일까. 생각의 줄기들이 엉킨다.
당신이 들리는 순간-인디 음악의 풍경들과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는 두 권 다 표지와 부제로 내용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책들이다. 기타를 들고 앰프 위에 올라가 있는 저 사람은 책 속에 등장할 누군가겠지. 나는가수다를 정복했던 국카스텐이나 아메리카노와 무한도전으로 인디아이돌이 된 십센치는 물론이고 크라잉넛, 델리스파이스, 언니네이발관, 장기하와얼굴들,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옥상달빛, 브로콜리너마저, 킹스턴루디스카, 루시드폴, 토마스쿡, 에피톤프로젝트...등등 잘 알려진 인디뮤지션들의 일면이 소개된 책이다.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은 도시의 팍팍한 삶을 분리수거하듯 갖다 버리고 산골의 낡은 집을 구입해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이라는 헌책방을 연 한 부부의 이야기라고 한다. 둘 다 좀 뻔할 것 같긴 하지만, 전자는 <예순셋 한대수가 마흔하나 이승열을 만났을 때>가 너무너무너무 궁금해서!!!!! 후자는 '뻔함에도 불구하고'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이란 나까지도 기쁘게 하는 그 무엇이기에, 주저 않고 마이페이퍼에 넣어 본다.
마지막 책, 나의 핀란드 여행기. 여행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카모메 식당>의 가타기리 하이리가 쓴 핀란드 여행기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핀란드 여행기가 아니라 집구석 여행기라고 해도 '오오 이건 읽어봐야 함'하고 마음먹을 만큼 <카모메 식당>을 좋아하기에, 마지막으로 선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