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이라는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 다 읽었다. 읽고나서 분권이 안되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초반부의 <안개>나 <뗏목>같이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 없었다. 그나마 <할머니>와 <리치>가 인상적이었는데, 전작은 세월의 흐름 때문에 전형성의 한계를 넘지 못했고, 후작은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에게서 기대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좋은 작품이었지만 평이했다. 번역서의 제목으로 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신들의 워드프로세서>나 <고무 탄환의 발라드>는 기대치가 높아서인지 실망했다. <악수하지 않는 남자>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작품이었고, <비치월드>는 비슷한 테마의 '흉폭한 입'을 읽어서 인지 그닥 감흥이 오지 않았다. 전체적인 인상은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가볍게 쓴 단편집인 것 같다. 유명해지면 b-side 내지는 early days가 나오듯이 말이다.굳이 구분하자면, 상권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상황'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하권은 '내부의 공포와 욕망'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일부 작품에서는 에도가와 란포...가 아닌 에드가 엘런 포의 고딕호러 풍의 느낌도 준다. 이소설만 놓고 보자면, 스티븐 킹은 줄창 강속구를 던져대는 fireballer 타입인 것 같다. 문체가 화려해서 내용의 빈약함을 감춘다던가. 후반부의 급격한 반전이나 이런 것은 없다. 오로지 서두에서 쉬이 짐작될 수 있는 내용으로 말미까지 끌고 간다. 그러나 힘이 있다. 묵직한 직구 하나에 제구만 된다면 충분하다.(물론 타이밍을 빼앗기 위헤 체인지업도 장착해야겠지만.) 그 묵직함과 직선적인 필체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추신) 말미에 쓰여있는 스티븐 킹의 친절한 집필 동기는 투철한 서비스 정신을 맛볼 수 있었다. 하권에서는 이게 제일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