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걸 - 에드거 앨런 포 상 수상작, 블랙 캣(Black Cat) 9
T. 제퍼슨 파커 지음, 나선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제퍼슨 파커의 2005년 에드가 상 수상작. 2002년에도 Silent Joe로 수상했다고 한다. 2001년에는 Red Light로 후보에 올랐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세 번 후보에 오르고, 그 중 두 번 수상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두 가지였다.

1. 이 작가가 천재 작가다. 2. 작품이 현재의 정서에 부합하는 면이 상당히 있다.

<캘리포니아 걸>만으로만 놓고 보면 단연 2번이다.  이 작품은 보수 강경파의 관점에서 회고한 5~60년대를 다룬 추리소설이다. 문제는 그 정서에 내가 동의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보수적 정서에 대한 반발심을 참기가 쉽지 않았다.

이 작품에서 범인이 누군가는 별 관심도 없다. 겉멋으로 느껴지는 액자구성으로 인해 범인은 중반부터 짐작이 가능하다. 작가는 과거가 불만스러운 것이다. '방종한 가수들, 무책임한 가출청소년, 난교의 여왕들, 부도덕한 약쟁이, 가정을 파괴하는 더러운 동성애자들'이 그 시대를 지배했고, 미국의 건강한 정신을 더럽혔다고 생각하는 정서가 작품 속에 초지일관 흐르고 있다.(정중하게도 이런 직설적인 언급은 없다.) 나에게는 그것이 혐오감으로 느껴졌다. 찰스 맨슨까지 등장시켜 시대를 욕보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주인공의 네 번째 아이의 운명도 마치 태어나지도 말았어야 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은유인듯 싶어 불쾌했었고...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은데, 프락치를 강요하는 사회가 젊은이들 탓인가? 매카시즘이라 대표되는 불안이 만들어낸 기성세대의 작품 아닌가? 그리고 작품에서 묘사하듯이 젊은이들이 개념없는 애들이었을까? 내가 양비론자인지도 모르겠으나, 분명 작가가 묘사하는 개념탑재가 안된 젊은이들 못지않게, 개념 탑재가 된 젊은이들도 많았다고 믿는다. 제대로 된 젊은이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죽은 녀석이나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이 된 녀석 뿐이다.

공산주의를 막자고 저지른 베트남 전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이, 베트남전에 죽은 아들로 인해 응어리진 어머니의 마음이 베트남 참전 용사 기념관에 참전용사로 기록된 것을 보고 어머니의 응어리가 풀린 듯했다라고 말하는 후반부에 가면, <학도여, 성전에 참여하자>까지 떠오르는 것은 나의 과민반응일까?

아주 찝찝한 작품이었다. 내 자신이 진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데, 이건 좀 심하다 싶었다.

추신) 거부감 때문에 별 세 개긴 한데. 거부반응 없이 읽는다면 별 네 개는 가능하지 싶다.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들어나는 인물들의 고통이나 연대기적 구성은 기성작가의 장인적 세련됨을 느끼게 했다. 위선적으로 보였지만, 정의를 실현하는 결말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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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07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그렇고 좀 우익성향으로 흐르는 것 같아 작품은 좋았는데 걱정되더군요.

상복의랑데뷰 2006-05-07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믿을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시민 빈스도 만만치 않다던데요...영림 카디널에서 내주면 읽어보긴 하겠지만, 찝찝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