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월드
기리노 나쓰오 지음, 윤혜원 옮김 / 마루&마야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꾸역꾸역 <리얼 월드>를 읽었다. 서늘함과 불쾌함이 공존했는데, 서늘함은 기리노 나쓰오 여사의 책을 읽었을 때 느끼는 일반적인 감정 그대로였다. 다만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이고, 비교적 소품이기에 <그로테스크>와 같은 압도적인 몰입감과 위압감은 없었다. 마지막까지 몰아붙여서 극한으로 치닫는 맛이 약간은 아쉽긴 하다. 하지만 여사님 작품이야 늘 기본은 하니까. 게다가 이 책 출간 전후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얼핏 들었는데, 인간 본성의 어두운 심연을 눈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려내는 여사님은 마치 무협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파멸도나 낙일검을 익힌 고수 같다.

하지만 여사님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이 출판사가 책을 낸 씀씀이가 너무나 엉터리였다는 게 불쾌했다.<범인에게 고한다,>는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작가도 아니고, 소설이 그닥 좋지도 않았기에 그려려니 했는데, 이런 대작가의 책을 이렇게 내놓은 것을 보니 솔직히 화가 치밀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오탈자는 그렇다 치자. 그리고 전혀 작품과 연관없어보이는 디자인도 내가 미적감각이 전무하니 이해못한다고 치자. 일본식 조어를 그대로 사용하질 않나, 인용작품의 국내작품명도 모르질 않나-이건 인터넷에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다 나온다.-내가 까다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은데, 이런 걸 보고 있으면 짜증스럽다.

'페스트 카(Fast Car)' : 페스트면 전염병인데?

스티브 킹 : 스티브 유도 아니고...

<배틀 런너(원제 : The Running Man)> : 일본어판 번역제목인 듯 한데, 먼저 우리나라 번역제목을 찾아보고 표기해야하는 것이 원칙 아닌가? 찾아보면 우리나라에는 <헌터> 혹은 <런닝맨>이라는 제목으로 출시되었다.

<하이스쿨 패닉(원제 : Race)> : 이 작품은 출간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그나마 제목도 오타가 났다. Rage가 맞는 제목이다. <레이지>라고 음역하거나 <분노>로 의역해야 한다고 본다.

<죽음의 롱 워크(원제 : The Long Walk)> : 국내 번역제목은 <롱워크> 혹은 <완전한 게임>이다.

더 치다가 덥고 짜증나서 관뒀다. 이런걸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난다. 잘못된 인용과 일본식 조어의 지나친 사용을 무성의의 척도로 삼는 나에게 이 '작품을 읽는 것'은 최악이었다. 간만에 본 성의없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출판사 담당자께 고한다. 500부 시장이라고 생각해서 공을 안들일거라면 아예 출간하지를 말거나, 출간을 할거면 500명이 보건 500만명이 보건 손익분기의 셈을 따지기 전에 기본적인 퀄러티는 지켜주시길. 이런 퀄러티라면, 이 책을 살 돈으로 imax가서 <스파이더맨 3>를 한 번 더 보겠다.

다만 상도덕을 지켜달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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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02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시경 부인귀가하는게 cctv에 찍힘, 1시경 남편귀가하는게 cctv에 찍힘, 3-4시간후 남편이 쓰레기봉투를 대여섯개 가지고 나가는 것이 cctv에 찍힘, 부인실종, 그집 욕조에서 부인의 혈흔과 뼈가루 검출, 1심재판 무죄선고 (시체가 없으므로, 무죄추정)...은 꼭 기리노 나츠오의 [아웃]같지 않나요? 전 기리노 나츠오거 두권인가 읽었는데 조금 찝찝해요. 이건 어떤가요? 아참 아참, 인사드려요~~~

비로그인 2007-06-02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black mystery는 뭔가요??? ^^;;;;;

상복의랑데뷰 2007-06-02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초롬 너구리 / 예, 안녕하세요 만나뵈서 반갑습니다. ^^; 별로 업데이트는 잘 못하는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아직 OUT을 못 봤습니다. <리얼 월드>도 수작인데, 책 만듬새에 민감하시지 않다면 보시는데 큰 문제는 없으실 겁니다. <그로테스크>가 아니라면 '찝찝함'의 강도도 그닥 크지 않구요. 그리고 black mystery는 제가 그냥 붙인 이름입니다. 제 서재의 사진은 미국의 추리작가 코넬 울리치(윌리엄 아이리시)라는 작가의 사진입니다. <환상의 여인>이라는 소설로 유명하죠. 이 작가는 도시를 밤을 배경으로 인상적인 추리소설을 많이 쓴 데다가, 작품 제목에 Black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해서 Black Irish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본따 추리소설 리뷰 모아두는 폴더 이름으로 만든 조어입니다. ^^

보석 2007-06-0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탈자는 정말 이해할 수 있는 허용범위이지만 말씀하신 잘못된 인용이나 명칭은 큰 문제지요.

상복의랑데뷰 2007-06-0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안녕하세요 ^^ 처음 뵙습니다. 제가 상반기에 본 책 중에 가장 '못' 만든 책이었습니다.

비로그인 2007-06-09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나만 그렇게 느낀 줄 알았는데, 랑데뷰님도 많이 거슬렸나봅니다. 이 책 사이즈가 문제였던건지, 쓸데없이 많은 ()역주 때문에 짜증이 심하게 밀려왔었습니다. 자세하게 알지않아도 될 역주도 많았고 오자도 있었구요. 읽는 재미를 깎아먹긴 했지만 그래도 뭐 재밌게 읽었네요.

상복의랑데뷰 2007-06-1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제가 취약한 소재다 보니 전 데면데면 했습니다. -_-;;; 제 서재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루사 2007-06-24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했습니다. 번역문제로 인해 책장 사이사이 모래가 서걱대는것처럼 불편했습니다. 소유의 '--의'를 '--에'로 번역해놓은 부분에서는 가히...
중요한 지적이셨다고 생각합니다. <아웃>도 초판본은 번역문제가 심각하지만, 최근에 번역되어나온 기리노 나쓰오의 책중에서는 최악이었습니다.

상복의랑데뷰 2007-06-2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처음 뵙습니다. 제가 느끼신 경험을 그대로 하셨군요. 정말 이 책은 문제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