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마감뉴스 첫번째 꼭지도(만두 사장 자살), 두번째 꼭지도(불량 수산물 유통) 세번째 꼭지도(불법 수입농산몰) 먹거리 얘기로구나. 요즘 먹거리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일명 '쓰레기 만두'로 지목된 '불량 무를 이용한 만두소가 들어있는 만두' 사건이 터진 이후 전 매스컴은 매일 같이 걱정스러운 먹거리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말 걱정이다.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라는 제목의 책도 있었지만, 말처럼 먹거리가 불량하다고 해서 생략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루 세 끼를 꼬박 먹어야 삶을 연명하는 우리들이기에 먹거리 문제는 어찌 보면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오늘 식탁에 올라온 음식에 농약이 얼만큼 대장균이 얼만큼 있을까를 걱정하지 않고 믿고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와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요즘의 먹거리 대논란이 자칫 식생활의 계급화를 낳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된다. 지금도 대형 마트에 가보면 일반 야채 과일 코너가 있고 유기농 야채 과일 코너가 따로 있다. 처음엔 그것도 모르고 무슨 야채가 이렇게 비싸담 하고 사다 먹었지만, 그것이 원래 비싼 유기농 채소임을 알고 난 후에는 그냥 일반 야채코너에 가서 사 먹는다. 가뜩이나 1인분 먹거리에는 낭비가 많은 법인데 좋다는 것 다 먹고서야 한정된 예산을 맞출 수가 없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이나마도 럭셔리한 거다. 과거 대학교 때 친구들과 자취하던 시절에는 돼지 콜레라다, 광우병이다 터지기만 하면 쾌재를 불렀다. 아싸~ 고기값이 내려가겠구나. 이김에 배 터지게 먹어보자. 우리는 파동의 주인공들을 잔뜩 장봐다가 좋다고 먹으면서 히히덕 대곤 했다.

어쩌면 웃을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지금도 불량 만두든 중국산 농산물이든 없어서 못먹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유기농이 좋은 줄을 누가 모르겠는가? 무농약인증농산물이라는게 있다는 것도 알고, 그나마 깨끗하게 재배되었다는 먹거리에는 이것저것 요란한 딱지가 붙어 있다는 것도 안다. 좋은 줄은 다 알지만 모든 사람이 다 좋은 것만을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최소한 지금으로서는.

고로 지금의 먹거리 논란이 철저하게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만 우리 가족만 좋은 것을 먹고 살자고, 그냥 야채 위에 명품 야채, 명품 야채 위에 황제 야채를 쌓고 또 쌓는 게 최선은 아닐 터다. 사람이 먹으라고 내놓은 모~든 먹거리들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맞을텐데...

이러한 시스템이 몇 가지 법을 만든다고 해서 구축될 것 같지는 않다. 농약 안 쳐서 덜 자라고 못생긴 놈들 장에 내다놨더니 사 가는 사람 아무도 없더라, 라는 농부의 푸념이 없어야 한다. 하청업체에 원감절감하라고 압력 넣는 기업의 횡포도 없어야 한다. 감시하라고 했더니 뒷돈 받고 눈감아주는 공무원도 없어야 하고, 먹을 거 없는 굶는 사람도 없어야 한다.

농약 안치고도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려면 그만큼의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그것에 소요되는 비용은 농부의 책임도 아니요, 하청업체의 책임도, 소비자의 책임도 아니요. 사회 전체가 떠맡아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거 제대로 한다고 했을 때 몇푼 더 내야 할지도 모르는 세금 역시.. 기꺼이 자진납세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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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2004-06-15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다연엉가 2004-06-15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공감합니다. 한때 생협에서 음식을 조달해 먹다가 보니 이거 영 살림이 말이 아니더라구요. 그리고 울 집에서만 먹어서도 안되는 것이고 . 지천에 널린것이 음식인데 어찌 다 골라 먹을수가 있나요. 그 다음부터는 융통성있게 먹이고 있습니다.
음식에도 부익부 빈익빈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mannerist 2004-06-1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예 매너는 신경 끄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삽니다. 저희 학교 사학과 김모 교수님의 영향이 큰데요, "요즘 세상에 목숨 안걸고 먹을 수 있는 게 어디 있느냐?" 그냥 즐겁게, 맛나게 먹습니다. 어제도 라면에 냉장고 구석에 쳐박힌 만두를 넣어서 맛나게 먹었지요. 그날 저녁 매너 엄니 왈, "냉장고 구석에 만두 남은거 있는데 버려야겠다. 요즘 바뻐서 것두 못챙겼네." "거 내가 먹구 얼마 안남았어." "...아프다고 지랄 떨기만 해 봐라." "걱정 마슈. 내일 남은 것두 마저 다 먹을테니." ㅋㅋㅋ...

sunnyside 2004-06-15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울타리님, 생협에서 파는 것들이 비싼 모양이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골치 아프게 하나 먹는 것마다 의심 안해도 되는 날이 빨리 왔음 합니다.
매너님,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엊그제 냉동 만두 먹었어요. ^^;

sooninara 2004-06-16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협은 무농약..저농약..유기농등으로 재배하기에 물건값이 비싸요..저도 생협 물건만 먹다가..요즘은 섞어서 먹어요..양념등은 생협걸로...그나마 믿고선..
먹거리의 계급화..정말 맞는 말입니다..아이들 먹을건데..좋은거 먹이고 싶죠..가정경제는 힘들고..비싼 생협과자..아이들은 별로인듯하고^^..
전 냉동만두는 안먹은지 일년 이상되네요..

sunnyside 2004-06-16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쿤요.. 제 몸 하나야 괜찮다고 해도, 아이들 생각하면 정말 좋은 것 먹이고 싶을 것 같아요. 흑, 그 누가 가정경제와 가정의 식탁에 이리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단 말입니까...

hanicare 2004-06-2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와닿는 글이네요. 나만 잘먹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위장까지 걱정하시는 마음이 담겨서 그런가봐요.먹는 것의 계급화-이 지점에서 참 씁쓸하단 생각이 들면서 적극적으로 사고하시는 써니싸이드님의 마음생김새가 시원시원하게 다가듭니다.(써니싸이드 업때문에 닉에사 자꾸 계란후라이가 연상된다는^^;)형용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동사의 글입니다.추천 한 번 누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