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도 '달린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한 후에 몇 번을 뛰었지만 모두 동네를 휘~ 한 바퀴 돈 정도였다. 그것도 10~15분을 제대로 못뛰고 숨이 차서 걷다 쉬다를 반복하는 어설픈 달리기였다.
그러다 오늘 난생 처음으로 10km 이상을 계속 달렸다. 집앞에서부터 뛰기 시작하여 월드컵 경기장으로, 월드컵 경기장을 끼고 흐르는 도랑옆길을 달려 한강 입구까지 달렸다. 한강 입구에서 다리를 건너 되돌아와 다시 월드컵경기장으로, 월드컵경기장에서 연신내 방향으로 한강 5km 미터 지점 표지판까지 달렸다가 되돌아왔으니 확실히 10km 는 뛰었고,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마포구청역까지 우회한 것을 보태면 11km 정도를 뛴 것 같다. 시간은 한 시간 이십오분 가량 소요.
오늘 다른 날보다 특별히 많이 뛸 수 있었던 것을 어제 회식에서 사장님이 주신 조언이 적중했던 탓이다. 달리기에 일가견이 있으신 우리 사장님은 "숨이 차서 못 달리는 게 아니라, 다리가 후들거려 못 달리는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동안 나는 뛰지도 못하면서 욕심이 앞서서 늘 몇분을 달리다 숨이 차 헥헥 거리곤 했다. 그리고나면 다시 달리는게 귀찮아서 그냥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오늘은 숨이 차지 않도록 적당히 페이스를 조절했다. 그리하니 계속해서 달리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달리고 나니 정말로 다리가 후들거렸다. 팔다리가 나른하고 힘이 없어 머리통 무게를 지탱하는 게 어려웠다. 힘 없는 노인분들이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듯이 그렇게 머리가 흔들거렸다.
다음 번에는 만일의 사태에 택시를 타고 올 수 있는 약간의 돈과 들고 뛸 수 있는 물통을 준비하여 15km 에 도전을 해봐야겠다. 아자, 나가자! 고독한 런너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