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도 '달린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한 후에 몇 번을 뛰었지만 모두 동네를 휘~ 한 바퀴 돈 정도였다. 그것도 10~15분을 제대로 못뛰고 숨이 차서 걷다 쉬다를 반복하는 어설픈 달리기였다.

그러다 오늘 난생 처음으로 10km 이상을 계속 달렸다. 집앞에서부터 뛰기 시작하여 월드컵 경기장으로, 월드컵 경기장을 끼고 흐르는 도랑옆길을 달려 한강 입구까지 달렸다. 한강 입구에서 다리를 건너 되돌아와 다시 월드컵경기장으로, 월드컵경기장에서 연신내 방향으로 한강 5km 미터 지점 표지판까지 달렸다가 되돌아왔으니 확실히 10km 는 뛰었고,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마포구청역까지 우회한 것을 보태면 11km 정도를 뛴 것 같다. 시간은 한 시간 이십오분 가량 소요.

오늘 다른 날보다 특별히 많이 뛸 수 있었던 것을 어제 회식에서 사장님이 주신 조언이 적중했던 탓이다. 달리기에 일가견이 있으신 우리 사장님은 "숨이 차서 못 달리는 게 아니라, 다리가 후들거려 못 달리는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동안 나는 뛰지도 못하면서 욕심이 앞서서 늘 몇분을 달리다 숨이 차 헥헥 거리곤 했다. 그리고나면 다시 달리는게 귀찮아서 그냥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오늘은 숨이 차지 않도록 적당히 페이스를 조절했다. 그리하니 계속해서 달리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달리고 나니 정말로 다리가 후들거렸다. 팔다리가 나른하고 힘이 없어 머리통 무게를 지탱하는 게 어려웠다. 힘 없는 노인분들이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듯이 그렇게 머리가 흔들거렸다.

다음 번에는 만일의 사태에 택시를 타고 올 수 있는 약간의 돈과 들고 뛸 수 있는 물통을 준비하여 15km 에 도전을 해봐야겠다. 아자, 나가자! 고독한 런너여.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05-02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달리셨군요...저도 달리고 싶은데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첨엔 운동복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은 운동화가 없다는 이유로... ^^(반갑습니다. 서니사이드님..인사는 이제야 드리네요 ^^)

찌리릿 2004-05-0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 겁난다. 정말 허벌나게 겁이 난다. (식은 땀이 쭉~)

둘. 써니사이드님... 첨부터 그렇게 무리하면 안되요~! 5km를 1주일정도, 그리고 조금씩 올려야하죠. 첨부터 빠르게 뛰는 것과 마찬가지로 첨부터 그렇게 길게 뛰는 것도... 아닌데.... (이건 자기합리화가 아니라, 정말로.. 마라톤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에요.)

셋. 그대로 정말.. 장하고 대단하십니다. 부럽습니다. ^^

sunnyside 2004-05-02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님 감사합니다. ^^ 언능 운동복이랑 운동화 사서 시작하세요. 저는 오늘 스포츠 속옷도 샀답니다. 스포츠 시계도 살까 생각 중이구요. 투자를 해야 본전 생각이 나서 더 열심히 운동을 하지 않을까요? (제가 원래 좀 천박한 인간이라... ^^;) 그나저나 유명하신 폭스님의 코멘트를 제 서재에서도 보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sunnyside 2004-05-02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리릿님 겁내지 마세요. 누구나 다 뛸 수 있답니다. 5km 를 뛰는 사람은 10km 를 뛸 수 있고, 10km 를 뛸 수 있는 사람은 20km, 40km 를 뛸 수 있다는 사장님의 말씀이 뻥이 아닌 것 같습니다. (첫날부터 이렇게 의기양양하다.. 나중에 망신당할 일이 있지 않을까 슬슬 걱정이 되오만... ^^; )

빨간우산 2004-05-10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km? 호..... 대단하시오.. 마라톤을 해 볼 생각은??
이곳은 정말 읽을 것이 많구료.

sunnyside 2004-05-10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지금 가비압게 7km 뛰고 왔슴다. 웰빙서니사이드~ 움하하;;

빨간우산 2004-05-12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웰빙서니사이드.. ㅡ,ㅡ;; 그래서 그대의 삶은 웰빙하신가..?

sunnyside 2004-05-12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대로, so so ^^
웰빙, 맘에 안들어요? 웬지 딴지 거는 느낌인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