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마가 깃들었다 - 상
태소영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과거 왕세자였으나, 허락받지 못한 사랑으로 인해 폐세자가 된 남자,
륜의 시간을 넘는 연모의 이야기. 


ㅡㅡㅡ
'조선 최고의 기생이었던 연화의 사주를 타고난' 서윤서.
서윤서는 전생으로부터 이어진 '도화의 기운'으로 19살부터 지금까지 무척이나 괴로운 나날들이다. (현재 29살)    온갖 남자들이 자신을 추행하고, 좋아한다며 다가온 남자들마저 밤을 보낸 후에는 떠나버린다.

그로 인한 상처가 무척이나 큰 윤서에게는 3년이나 된 애인이 있다. 윤서의 '도화의 기운'에도 함께한 용하.
윤서는 용하와의 결혼을 기대하고 있는데, 용하는 윤서의 상처 '도화의 기운'을 트집 잡으며 떠난다. 또다시 마음의 큰 상처를 받게 된 윤서.


'도화의 기운'으로 인한 추행 사건이 끊이지 않았기에,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가 넘쳐난다. 그래서 새로운 직장을 찾기도 쉽지 않은 윤서는, 다행스럽게도 7번째 직장을 만나게 된다.


새로운 직장의 대표, 한태주.
그런데 얼굴이 익숙하다.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

'어??  언젠가 클럽에서 남자 연예인 '강유찬'과 키스를 하던 그 남자 아닌가??
당시 두 미남의 키스 장면에 깜짝 놀랐었는데, 이렇게 대표로 만나게 되다니...
아하,  한태주 대표는 게이구나. 그렇다면, 나의 '도화의 기운'에 영향을 받지 않겠군.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

한태주를 게이라고 생각한 윤서는, 도움을 청한다.  한태주와 같은 사무실을 쓰게 된 윤서는, 성추행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 기쁘기만 하다.



서윤서에게 '조선 최고의 기생, 연화의 기운, 도화의 기운'이라는 비밀이 있듯이, 한태주에게도 비밀이 있다. 바로 밤 12시부터 9분 동안 '미지의 어떤 존재'가 한태주의 몸을 차지한다는 것.

바로, 이른바 '색마의 기운'을 띤 그 존재가 한태주의 9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10년 전 고아로 사회의 쓴맛을 본 한태주는 자살하려는 순간, 어떤 존재와 협상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한태주는 '금'을 받게 되고, 그 존재는 한태주의 '9분'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설정이 꽤나 독특했으며, 전생의 존재들과 현재의 인물들이 교차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전생의 인물들인  '륜 / 연화 / 무열 / 자령' 등과 현재의 인물인 '한태주 / 서윤서 / 강유찬 / 이새미' 등의 인연과 갈등이 얽히고설킨다.


꽤나 의아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바로 일종의 귀신인 '륜'이 물리적인 힘을 발휘하는 장면이었다.  '영적인 존재'가 '물리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그 정도로 힘이 크다는 말인가???

이야기가 진행되려면 '륜'에게 물리적인 힘이 있어야 하겠지만, '영적인 존재'에게 물리적인 파워가 있다는 부분이 꽤 마음에  들지 않았다. ( 게다가,  륜은 상당히 쉽게 물리적인 파워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



또 하나는 '원한'이라는 부분이다. 죽임을 당한 자가 '자신을 죽인 이'에게 원한을 갖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전생에서는 '살해자'가 '그 피해자'에게 원한을 계속 가지고 있으며 (그럴수 있다고 치자)  ,  환생을 해서까지 '살해자'는 계속 '그 피해자'를 죽이려 한다는 거다.
이게 말이 되나????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A가 B를 죽였다. 살아남은 A를 C가 죽였다.  ( C와 B는 전혀 무관한 사이이다.  )
그렇다면 당연히 B가 원한을 가지고 A를 해치려 하는 원한령이 되 마련일 텐데, 이 이야기에서는  A가 다시 B를 죽이려고 원한을 품고 또다시 환생한다는 거다. 정말로, 이 부분에서는 뭐랄까, 납득이 되지 않는다.
( A가 C에게 원한을 갖는다면 또 모를까.)


이러한 몇 가지 '껄끄러운 설정'을 제하면, 이야기는 꽤 흥미진진하다.


과거, 륜은 '자신의 오지랖(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으로 모든 것을 잃는다.  폐세자를 택했으면, 연인과의 삶에 충실하기 위해 청나라로 떠났어야 하는데,  왕이 된 동생이 마음에 걸려서 미적거리다 더 큰 사건에 휘말린다.


자령은 정말로 악독한 캐릭터인데, '내 것이 되지 못할 거라면 망쳐버리겠어!'라는 성격을 가졌다. (이걸, 성격이라고 할 수 있나??)   

마치 스토커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집착하고, 그를 해치는 것과 유사하다.

륜이 남자고 왕세자(대군마마)이고, 자령이 여자에 기생이었기에 그 정도의 끔찍함과 공포는 느껴지지 않지만 이 둘의 성별을 바꾼다면 정말 끔찍함 그 자체일 것 같다.
스토커가 더 큰 육체적인 힘, 물질적인 힘을 가졌다면, 그것에서 벗어나기가 정말 정말 어려울 터.


'내 것이 되지 못한다면 망쳐버리겠어!!'라고 독하게(혹은 자연스럽게??) 마음먹은 자령은 그 목적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무엇을 위한 최선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남자의 목을 요구했다는 어떤 요부가 생각난다.



전생 캐릭터에서 나는 연화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영리하지도 못하고, 그냥 지고지순한 정도??

반면 자령이 '매우 악독하고, 지독하게 악독'하지만 오히려 더욱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 같다.  기생,이라는 최하위 위치에서 왕세자(대군마마)를 노리는 그 영리함과 교활함이라니.

자령이 방향을 조금만 잘 틀었으면, 꽤나 근사한 인물이 되었을 텐데.
왜, 자령은 그토록 연화에게 질투심을 가졌는지에 대한 이유 설명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이새미는 그야말로 민폐, 민폐, 민폐 그 자체이다. 세상에,  이런 인간이 있다니,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다. 남을 해치고서 하는 '자기합리화'를 보면서 어이가 없을 정도다.    ( 내게는 자령보다 이새미가 더더욱 민폐로 느껴진다. )
 

륜, 연화, 자령의 사랑과 갈등, 정치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서윤서, 한태주, 륜의  '서윤서 목숨 지키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생 이야기에서 '륜과 연화의 밤' 이야기를 읽으며, 륜의 호위무사 무열이 다 듣겠군, 싶었었다.  그 조그마한 집에서 벌어진 일이니, 방음효과는 0%였겠지.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염라대왕과 륜의 이야기는 와, 반전 그 자체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에 더욱 놀랐던 부분이다.



강유찬이 한태주에게 느끼는 사랑과 우정, 한태주가 강유찬에게 느끼는 가족과 형제의 정과 우정.
그리고 한태주가 서윤서를 살리기 위해 택해야 하는 길 등, 한태주의 갈등 부분을 보면서 나 역시 꽤나 고민이 되었다.
만약 2가지가 양립할 수 없다면, 사랑이냐 우정이냐,  사랑이냐 가족이냐. 

누구라도 쉽게 답하지 못할 질문이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질문에 대한 답을 회피한다.


가족에 대한 정이 아쉬운 한태주,  시크하지만 가족과 언니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윤희 등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족이란, 사랑이란,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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