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라 그러한지
죽음을 더듬는 시간이 늘어간다.
살아왔던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다해도
그다지 이상하지 않을 경계를 넘고 있다.

조급해지고 싶지 않은데
넉넉히 받아들이고 싶은데
못내 억울한 마음이 치고 올라온다.
책장에 꽂힌 읽혀지지 못한 활자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했던, 여전히 사랑하는 얼굴들이 스친다.

이제 아이들을, 그 빛나는 생명들을 더 사랑해야지.
나의 시간은 닿지 못할 그곳을 향해 높이 쏘아진
그 예쁜 화살들을 더 사랑하고 사랑해야지.

몇 해 전 떠난
나를 그토록 사랑해주던 고모가 그랬듯
나도 그렇게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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