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과 사냥개 창비아동문고 3
마해송 지음, 김호민 그림 / 창비 / 199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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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책에 실린 어느 한 편도 현실을 그리지 않은 게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환상동화 어쩌고 하는 「바위나리와 아기 별」도 알고 보니 반항 동화였다. 10대 시절 연애 사건으로 집에 감금당하다시피 했는데 그때 일을 계기로 쓴 동화라고 한다. 그러니까 여기서 아기 별을 바위나리에게 찾아가지 못하게 막는 하느님은 작가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어려서 이걸 알았으면 실망이 컸을 텐데 다행히도 커서 알게 되어 오히려 재밌다.

마해송 동화는 어려서 읽었을 때는 그 속에 들어 있는, 현실을 반영한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떡배 단배」도 어려선 그저 재밌기만 했는데, 그래서 여러 번 읽고 또 읽었을 뿐이었는데 커서야 그게 해방 후 남북 상황을 그린 거라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읽어도 여전히 「사슴과 사냥개」는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어려서 읽었을 때는 「사슴과 사냥개」가 가장 슬펐는데, 이 동화책을 읽고나서는 「꽃아! 내 춤을」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읽은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이 얘기를 생각하면 코끝이 시큰하다.

그나저나 마해송 동화집은 여러 권 구했지만 아직도 구하지 못한 동화가 여러 편이다. 책이 나와야 구하든가 말든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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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세상 2 한마당 이야기 숲 2
마해송 글, 김종도 그림 / 한마당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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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위원회의 해삼이 원자폭탄의 위험성에 대해 말하자 모두들 놀란다. 하지만 나이 많으신 거북이 수상께서는 (이 동화는 1956년 나왔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요새 쓸데없는 말을 퍼뜨려서 국민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하는 놈이 있는데…… (중략) 내가 520년을 살아와도 그런 일은 없었으니 우리 국민은 나만 믿고 나만 받들면 다 잘 수 있느니라…… (중략) 그 따위 쓸데없는 말을 퍼뜨리는 것들은 곧 처단하겠지만…… (이하 생략)

그리고 ‘고약한 소문을 돌려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원자력 위원회 의장 해삼은 형무소로 직행했고 원자력 위원회는 해체되어 버린다. 게다가 수상 거북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거나 욕을 하는 자는 엄벌에 처하기로 법을 만든다.

이 동화가 나온 게 1956년인데 내용을 조금 바꿔서 2008년 나왔다고 해도 그다지 낯설지 않을 것 같다. 입 닥치라는걸.

하여튼 그 시절에 이런 동화를 쓰고 읽은 조상이 존경스럽다.

맞춤법 틀린 게 많이 보이는 편이라서 별 하나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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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세상 1 한마당 이야기 숲 1
마해송 글, 김종도 그림 / 한마당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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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 시절 사람들이 지금 사람들보다 수준이 높았던 것 같다. 이 동화는 1956년 나왔다는데 그 당시 어린이들은 이걸 읽고 자유당, 이승만, 독재, 이런 걸 이해하고 깨달았나 보다. 박정희, 전두환 등 어두운 독재 시절을 지나며 사람들이 멍청이가 되었나…….

이 동화에는 바다 나라에서 늙은 거북 수상을 비난하는 얘기가 종종 나온다. 돌아가는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권력은 오래도록 누리려고 하는, 50년대 누구를 닮은 거북 수상. 그리고 거기 달라붙어 아부하고 지내는 똘마니들. 요즘은 이런 내용의 동화, 꿈도 못 꾸지 않나? 그 시절 어린이가 이 동화를 읽고 어떤 걸 깨닫고 느꼈는지 정말 궁금하다.

그런데 동화와는 달리 책 자체는 좀 별로다. 일단 책에서 잉크나 접착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쾌하고 싫은 냄새가 난다. 솔 출판사에서 나온 나랏말쌈 시리즈에서 나는 냄새와 똑같은데 이 냄새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심하지는 않지만 잉크가 조금씩 번져서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는 쪽이 가끔 보인다.

끝으로 가장 눈에 띄는 단점은 띄어쓰기, 맞춤법 틀린 걸 포함해 오탈자가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한 번 틀린 건 계속 틀린다. 어린이용 책은 그나마 오탈자가 적은 편이데, 의외다. 그래서 별 하나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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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인사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5
구드룬 멥스 지음, 욥 묀스터 그림, 문성원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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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분위기에 따라 다르고 지금은 시대가 조금 달라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금기시된 얘기가, 돈, 성, 그리고 병이나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가족 중 누군가 수술을 하게 되거나 죽음이 코앞에 닥쳐와도 그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었다. 뭔가 가라앉은 집안 분위기 속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다는 것만 눈치챌 뿐 나머지 부분은 무시무시한 상상으로 채우면서 아이들은 왠지 모를 죄책감마저 느끼는 것이었다.

난 그런 어른들의 행태가 무척 불만이었다. 그런 집안 분위기가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꽤 오래 이어지면서 그저 눈치 보기나 하고 웃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땐 스스로 이유 모를 죄책감을 쌓아간다. 뭔가 큰 죄를 지은 것만 같아 미안하고 불안하고.

이 책은 지은이의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언니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기까지 자신의 일상과 감정을 담담하게 쓴 동화다. 비록 지은이의 언니가 뇌종양으로 병원에 입원해 수술까지 받았지만, 지은이에게는 그 덕에 좋은 일도 있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그런 언니 때문에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어 괜히 으쓱해졌고 숙제도 당분간 해 가지 않아도 좋았고, 우주비행사가 먹는 음식을 언니가 먹었을 거라며 그 사실을 친구에게 자랑도 하고 싶었다. 어려서 속도 모르는 게 아니라 어려서 당연한 감정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와중에도 이런 감정을 느끼고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고 씻어 내지 못한 죄책감은 어른이 될 때까지도 계속 따라다니고.

그래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동화를 읽고, 아 다른 사람도 그랬구나, 지금이도 나와 같았구나, 아이들은 그럴 수도 있는 거구나, 하면서 조금은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이와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물론 도움이 될 것 같다. 잘 모르는 것보다 더 불안하고 스스로 만들어낸 죄책감보다 더 잔인한 것은 없다. 아이들에게 금기시된 일을 다룬 책은 드물어서 그만큼 더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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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통과 이주홍 동화나라 빛나는 어린이 문학 5
이주홍 지음, 김동성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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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북치는 곰
은행잎 하나
우체통

세 편이 들어 있는데, 우체통이 제일 재밌습니다. 우체통과 배달 원리에 대해 그런 깜찍한 생각을 하다니 작가분께서 어렸을 적에 정말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게 아닐까요?

김동성 그림이라서 산 책인데 인쇄질은 조금 실망이네요. 그림 인쇄는 괜찮은데 글씨가 굵기가 조금씩 다른 쪽이 있거든요. 잉크 농도가 다른 건지 다른 쪽보다 더 굵게 인쇄된 쪽이 있네요. 그리고 두 장이 붙어 있어서 떼냈더니 그 부분이 종이가 조금 떨어져 하얗게 되어 버렸어요. 이러면 일반 책도 화가 날 판에 그림책이 이러니 어떻겠어요?

그리고 요새는 문단 첫 줄 들여쓰기를 하지 않는 게 유행인가요? 이 책도 들여쓰기가 전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들여쓰기를 안 해야 보기에 예쁜 그런 편집도 아닌데 말예요. 꼭 인터넷에 올라온, 들여쓰기 없는 글을 보는 것 같네요.

이러한 이유로 별 한 개 뺍니다.

덧붙여 혹시나 해서 찾아 봤더니 이주홍 작가도 친일 전력에 대한 논란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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