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별 인사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5
구드룬 멥스 지음, 욥 묀스터 그림, 문성원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집안 분위기에 따라 다르고 지금은 시대가 조금 달라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금기시된 얘기가, 돈, 성, 그리고 병이나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가족 중 누군가 수술을 하게 되거나 죽음이 코앞에 닥쳐와도 그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었다. 뭔가 가라앉은 집안 분위기 속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다는 것만 눈치챌 뿐 나머지 부분은 무시무시한 상상으로 채우면서 아이들은 왠지 모를 죄책감마저 느끼는 것이었다.
난 그런 어른들의 행태가 무척 불만이었다. 그런 집안 분위기가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꽤 오래 이어지면서 그저 눈치 보기나 하고 웃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땐 스스로 이유 모를 죄책감을 쌓아간다. 뭔가 큰 죄를 지은 것만 같아 미안하고 불안하고.
이 책은 지은이의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언니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기까지 자신의 일상과 감정을 담담하게 쓴 동화다. 비록 지은이의 언니가 뇌종양으로 병원에 입원해 수술까지 받았지만, 지은이에게는 그 덕에 좋은 일도 있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그런 언니 때문에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어 괜히 으쓱해졌고 숙제도 당분간 해 가지 않아도 좋았고, 우주비행사가 먹는 음식을 언니가 먹었을 거라며 그 사실을 친구에게 자랑도 하고 싶었다. 어려서 속도 모르는 게 아니라 어려서 당연한 감정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와중에도 이런 감정을 느끼고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고 씻어 내지 못한 죄책감은 어른이 될 때까지도 계속 따라다니고.
그래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동화를 읽고, 아 다른 사람도 그랬구나, 지금이도 나와 같았구나, 아이들은 그럴 수도 있는 거구나, 하면서 조금은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이와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물론 도움이 될 것 같다. 잘 모르는 것보다 더 불안하고 스스로 만들어낸 죄책감보다 더 잔인한 것은 없다. 아이들에게 금기시된 일을 다룬 책은 드물어서 그만큼 더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