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 지음, 김호동 옮김 / 사계절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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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세사를 읽다가 아일린 파워Eileen Power)의 《중세 사람들》1924을 만났다. 이 책은 사회사의 입장에서 중세 인물 여섯 명의 생애를 사료를 동원하여 복원하고 있는데, 그 중 베네치아 사람 마르코 폴로가 무려 50 쪽에 걸쳐 소개되고 있다. 단숨에 읽었다. 오래 전 몽골 제국사 관련 책들을 읽다가 던져두었던 《동방견문록》을 다시 손에 잡을 때가 된 것 같다.

당시 지중해의 도시 베네치아는 동양과 서양의 중간에 위치한 중세 해상교역의 요충지 아드리아해의 정점에 있었다. 이 항구도시는 이탈리아 반도의 북쪽에 치우쳐 있으며 유럽의 심장부에 가까웠기 때문에 육해 양로의 짐말과 선박이 모두 집결했다. 이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한 베네치아인은 초기의 역사를 통해 동으로는 콘스탄티노플, 서로는 교황과 신성로마제국 황제에 당당하게 맞섰다. 그들은 지신들의 미래가 해상에, 그리고 자신들의 문명에 영향을 주고 자신들의 피에 온기를 불어넣은 동양에 있다는 것을 언제나 자각하고 있었다.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배경과 ‘팍스 몽골리카’의 시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유목민의 군사력과 상인들의 상업력의 결합으로 몽골제국이 탄생되고, 세계사 통합에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면, 이 통합으로 이룩한 ‘팍스 몽골리카’와 상인 마르코 폴로의 결합으로 생겨난 동방견문록이 ‘대항해 시대’를 향한 깃발을 올리는데 강렬한 동기와 힘을 보탠 것으로 까지 해석되고 있다. (최윤정, 2011)

덧. 김호동 교수의 역주본 역시 60여 쪽에 걸쳐 이 책에 대한 충실한 해설이 있다.

*

중세의 사람들

아일린 파워 (지은이), 김우영 (옮긴이), 이산, 2007

최윤정, 몽골제국 유산 찾기와 마르코 폴로를 위한 변명, 인문논총65, 2011

최윤정,독자가 명명하고 함께 만들어 낸 고전-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동서인문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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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기술과 한국문명 한국의 과학과 문명 21
염정섭.소순열 지음 / 들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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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농업사를 일목요연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개설서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농업사를 통해 한국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으며, 농업에서의 근대는 그 양상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 하는 의문에서 이겠다. 하기에 이 책의 출현은 반갑기 그지없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한국의 과학과 문명' 시리즈의 한 권으로 쓰여져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듯해 아쉬움이 없지 않다.

저자는 서문에서 ‘농업기술’을 중심으로 한국 문명을 해명하는 연구 작업으로서 한편으로는 통사를 지향하여 ‘농업기술로 본 한국문명사’로 자리매김하고자 기획하면서, 또한 다른 한편으로 ‘한국 농업기술문명사’라는 분류사로서 농업, 기술 등에 특화되는 지향점도 병행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명확한 연구목적과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구분에 있어 ‘근세사회론’과 ‘근대전환론’을 시론,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하면서도 일견 기왕의 논의("역사의 진보와 발전에 대한 확신 및 그에 의거한 根本的 變革의 전망과 지향"이라는 목적론적 역사학)을 답습하고 있으며, 농업기술사 서술에서 나아가 농업생산을 위한 국가의 제도, 정책, 농정운영, 농정사상 등 농업 전반에 걸친 ‘한국농업사’를 온전히 그려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 염정섭 교수는 학위논문인 <조선시대 농서 편찬과 농법의 발달>2000이 가진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최근 <조선후기 경영형부농론을 사학사에 내려놓기>2018, <1960~70년대 조선시대 농업사 연구와 내재적 발전론, 근세사회론>2019, < 한국사 시대구분론의 전개와 과제>2021 등 일련의 작업을 통해 본격적인 다음 저작을 준비하고 있는 듯해 그를 기대하게 한다.

2.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은 저자가 펼치고 있는 논지의 대척점에 서있는 글들을 다시 찾아보게 만든다. 예컨대, 윤해동이 김용섭의 ‘내재적 발전론’을 비판하고 있는 <’숨은 신’을 비판할 수 있는가>2006, <에피고넨의 시대, ‘내재적 발전론’을 다시 묻는다>2008와 같은 글들이 그렇다. 그는 이 글들에서 근대, 민족주의, 역사해석 등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근대는 서구적이면서도 지역적인 것이다. 서구를 근대의 원형으로 간주함으로써, 근대를 단일한 의미로 고정해서는 안 된다. 곧 이분법적 범주화가 가진 폭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구의 사회변동에 근거한 규범적 가치와 사회적 조건의 체계 곧 근대성은, 각 지역에서 수용될 때 지역적이거나 전지구적인 맥락에서 선택적으로 이용 재구성되거나 거부 회피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근대성은 단일하지 않지만, 서구적 근대성과 완전히 결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서구 근대는 일종의 헤게모니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도구화된 이성, 자본주의 경제, 부르주아적 대의정치 제도와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상적인 가치이다. 그럼에도 그 헤게모니적 요소들은 지역적 맥락에서는 그 헤게모니적 성격을 변화시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요컨대 근대는 이분법적으로 범주화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닐뿐더러, 식민주의와 동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근대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혹은 근대에 적응하거나 근대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할 때, 그 근대는 식민주의를 표상하는 것으로 귀결될 따름이다. 근대는 식민주의와 동일한 속성의 양면을 구성하는 것이자, 상호 재생산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 따름이다. 오히려 대안적 근대성은 근대성의 다원성과 중층성을 인정하는 데서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구적 근대성과 비서구적 근대성에 각기 보편성과 특수성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성은 본원적으로 식민지성을 띠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대성 자체도 다원적이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덧;

한국사 개설서에서 일반적으로 19세기 중⋅후반을 기점으로 하고 1945년 해방을 종점으로 잡는 근대라는 시대 규정은 근대 역사학 도입 이래 처음부터 존재한 것이 아니라 한국사 연구의 전개과정, 한국의 정치적⋅사회적 변화에 따른 구성물이다. 서양 역사학의 modern age는 19 세기 일본에서 근세(近世)로 번역되어 한국에 소개되었고, 한국사에서 근세는 대체로 조선시대와 등치되었다가 1950-60년대 이후 근세와 근대가 별개의 시대로 분리되며 근세=early modern age, 근대=modern age로 위치 지어졌다. 이른바 '근세사회론'은 일본 동양학이 가지는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으로 인한 것이다. 거칠긴 하지만 다음 메모를 참조하시라. https://blog.naver.com/dalsan21/22138668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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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북한학 - 북한학이란 무엇인가 묻고 답하다
이나영.오주연 지음 / 힐데와소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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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과 북한문제는 우리 사회의 굉장히 근본적인 문제이다.
/김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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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시각으로 음악을 보다 (재)월드뮤직센터 교양총서 1
김희선.최윤자.변지연 지음 / 띠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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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즐기는 것 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눈으로 음악을 보고픈 열망이 내 안에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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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꿈 인문정신의 탐구 24
곽차섭 지음 / 길(도서출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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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정하는 저자인 곽차섭 교수가 그간의 연구 성과물을 간동그려 두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마키아벨리의 꿈(2020)역사, 라프로쉬망을 꿈꾸다(2022)가 그것이다. 아시다시피 그의 관심 분야는 르네상스기 이탈리아 지성사, 미시문화사 및 미술사이다.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사회와 사상에 초점을 맞춘 지난 30여 년간의 연구에서 마키아벨리는 하나의 중요한 축이었기에, 그는 이 책에 이어 앞으로도 마키아벨리의 새로운 전기 집필을 계획하고 있는 듯하다.

곽 교수는 마키아벨리의 꿈을 고대인의 영광과 위대함에 대한 오마주이며, 동시에 그러한 영광과 위대함이 자신의 시대에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희망을 표현한 것으로 본다. 관직에서 쫓겨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쓴 것은 이 책을 메디치가 군주들에게 바쳐 자신을 다시 공직에 천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지만, 이 책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어떻게 사는가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서로 거리가 먼 것이므로, 행해져야 하는 것을 위해 행해지는 것을 포기하는 사람은 자신의 보존보다는 오히려 파멸을 배우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측면에서 선을 표방하는 사람은 선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파멸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주가 스스로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선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그리고 필요에 따라 이를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는 것을 배워야만 한다.”(군주론 제15)

그는 여기에서 현실과 당위를 엄격히 구분하면서 현실 그 자체를 정치 행위와 판단의 기초로 삼고 있으며, 이를 통해 흔히 악덕으로 간주되어온 행위들이 정치의 장에서는 오히려 미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신군주의 새로운 행위윤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곽 교수는 마키아벨리 시대의 군주는 현대의 정치 보스이며, 그에게 조언하는 정치 참모는 현대의 마키아벨리로 본다. 이어 군주론이 현대에 던져주는 진정한 의미를, 우리로 하여금 때로는 한 개인으로서 때로는 한 집단으로서 스스로의 이기적 본성을 되돌아보게 함으로써 자국·자민족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한 국가와 민족이 다른 국가·민족들과 공존하고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우쳐주는 데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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