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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 - 인간과 과학 1
앤드류 뉴버그.유진 다킬리.빈스 라우즈 지음, 이충호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1년 11월
평점 :
고요하다. 자리에 들어 마음을 모으면 서서히 몸짓이 일어난다. 점차 근원을 향하던 의식은 어느덧 사라지고 그윽하면서도 도저한 황홀감이 온 몸을 감싸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몸짓과 저 깊은 곳에서 번져나는 엑스터시, 세계와 하나되는 일체감의 실체는 도대체 무엇이며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저자들은 모든 과학자들처럼 실재하는 모든 것은 물질이라는 기본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들은 뇌가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진화에 의해 물리적 세계를 지각하고 상호 반응할 수 있게 만들어진 생물학적 기계라고 간주한다.
그러나 다년간의 연구 결과 뇌의 핵심 구조들과 정보가 신경 경로를 통해 전달되는 방식을 이해하게 되면서, 뇌가 자기 초월을 위한 신경학적 기구를 갖고 있다는 가설을 세우게 된다. 이 기구는 최고의 기능을 발휘할 때 마음에서 자아의 감각을 없애고, 외부 세계에 대한 어떤 의식적인 인식도 없애게 된다고 마침내는 믿게 된다.
요컨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보다 더 실재적인 실체가 존재한다는 개념은 개인적으로 체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마음이 자아의 요구와 세계의 물질적 현혹에 빠져 있는 주관적 편견을 버린다면 더 큰 실체를 지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SPECT 영상으로 영적 체험에 들어간 사람들의 실제 뇌 활동을 보여줌으로써 이 가설을 검증하기도 하고, 대뇌 변연계 시상하부 정위연합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함으로써 뇌가 어떻게 마음을 만들어내는가를, 궁극적으로 영성의 신경과학적 토대를 밝히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적은 분량에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마음은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신화의 탄생과 종교 의식, 신비주의와 종교의 기원, 그리고 절대적인 것을 추구하는 마음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다. 그렇듯이 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미국의 과학계와 종교계 모두에 불꽃같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저자들이 제시한 가설과 서둘러 도달한 결론 부분의 일정 비약 - 사실에 대한 주관적 해석에서 기인하는 논쟁이 아닌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ps. '진화에는 목적이 없다'라는 진화 과정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일체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마음의 능력은 영적 초월을 위한 목적으로 진화한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는 데, 이 부분은 몇차례 되풀이되고 있으나 자세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 또 하나는 이 번역서에는 역자 서문 뿐, 저자 서문이 누락되어 있는데 원래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1장이 서문을 대신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