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제국의 후예들 - 티무르제국부터 러시아까지, 몽골제국 이후의 중앙유라시아사
이주엽 지음 / 책과함께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라시아 대륙을 제패했던 몽골제국은 칭키스칸 사후 제국의 영토적 거대함, 칭기스 일족 내부의 대립과 전쟁 등으로 초기의 통합성을 상실하고 정치적으로 비교적 자립적인 몇 개의 ‘울루스’로 분할된다. 즉 카안 울루스(大元)를 정점으로 서방의 3대 울루스로 나뉘게 된다. 하지만 당시 그들은 자기네 나라를 Yeke Mongɣol Ulus, 즉 ‘대몽골 울루스’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14세기 이후 몽골제국이 러시아와 오스만 제국과 같은 유라시아 제국들의 출현과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티무르제국, 무굴제국, 우즈벡 칸국, 카자흐 칸국, 크림 칸국과 같은 강력한 계승국가들로 분화, 발전함으로써 ‘근대 유라시아의 형성’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메시지이다.

분명, 이 책은 기존 연구의 빈 공간들을 메꾸고 있어 궁금한 점들을 해소시켜준다. 그러나 한정된 분량에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담다보니 그것들이 가지는 문명사적 의미를 자세히 살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울러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성과들 역시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몽골제국이 열어나간 '세계사'의 의미가 이후 어떻게 전개되고 굴절되었는지를 충분히 살펴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이를테면 김호동 교수는 역사상 처음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대부분을 통합한 몽골제국이 세계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며,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 즉 유라시아 각 지역이 그 이전의 상대적인 고립성을 극복하고 유기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세계’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몽골제국의 시대에 이루어졌다고 강조한다.

각 지역·문명이 독자적인 역사발전의 내재적 계기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외부와도 단절되지 않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해 왔다고 보는 입장에서 보면 서구에 의한 소위 ‘근대적 세계체제’가 성립되기 이전에 이미 유목제국에 의해 구대륙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강조될 수밖에 없으며, 이후의 전개과정 역시 이러한 시각에서 살펴봐야하지 않겠는가.


*

역사학과 네트워크 연결망의 관계에서는 두 가지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역사학 연구방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히 새로운 세계사(global history)에서 그 연구대상인 ‘세계’(globe)를 일종의 네트워크 연결망으로 가정해그 구조, 변화 및 역동성을 탐구하는 시각을 가리킨다./이영석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나다 2020-09-17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몽골제국의 후예들>을 높이 평가하는 역사 전공자로서 들님의 서평에 다음과 같이 이의를 제기해 봅니다.   

1. 들님 왈 ˝분명, 이 책은 기존 연구의 빈 공간들을 메꾸고 있어 궁금한 점들을 해소시켜준다. 그러나 한정된 분량에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담다보니 그것들이 가지는 문명사적 의미를 자세히 살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들님은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이 책이 다룬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의 문명사적 의미를 자세히 살피지 못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그 ˝문명사적 의미˝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아니 문명사적 의미를 살피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몽골제국의 후예들>의 목표는 ˝몽골 제국은 어떻게 되었는가? 어떤 유산을 남기고 세계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에 대해 답하는 것입니다. 이 책이 답으로 제시하는 메시지는 ˝몽골제국은 어느 한 시점에 소멸한 것이 아니라 여러 계승국가로 분화, 발전했으며, 주요 유라시아 제국의 등장에도 영향을 줌으로써 근대 유라시아의 출현에 기여했다˝입니다. 이 책의 전체 내용은 이 메시지를 뒷받침하기 위한 논거들에 해당합니다. 이 논거들은 수많은 1차 사료와 국제학계의 최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수백 가지 혹은 필요한 만큼의 논거를 제시하는 것(이 책이 제시하는 논거는 철저(exhaustive)하다고 봅니다)이 중요하지 각 논거와 관련된 하위 주제들을 지엽적으로 다루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굳이 ˝문명사적˝ 차원에서 따져 보아도 이 책이 놓친 문명사적 요소는 무엇인가요?   

일단 실제로 중앙유라시아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 책이 역사적 사실들을 충분히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예컨대 

권용철의 역사책 소개 4편 - 몽골제국의 후예들https://www.youtube.com/watch?v=8_H7qUq4hXc&t=12s&ab_channel=%EA%B6%8C%EC%9A%A9%EC%B2%A0 

2. 들님 왈 ˝아울러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성과들 역시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들님은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성과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는데 국내의 어떤 논저들이 ˝몽골 제국 계승국가들의 역사˝와 ˝몽골 제국이 러시아, 오스만 제국 등에 미친 영향˝에 대해 자세히 연구하고 있나요? 예컨대 카자흐 칸국과 우즈벡 칸국과 크림 칸국 혹은 잘라이르 왕조의 역사를 학술적으로 깊이있게 다룬 논저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몽골 제국이 모스크바 대공국이나 오스만 제국 혹은 사파비 제국에 미친 영향에 대해 자세히 다룬 논저들은 어떤가요? 북원 몽골에 대한 연구는 많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놓친 내용은 무엇인가요? 

서울대 김호동 교수 저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가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다룬 몽골 제국 계승국들 관련 정보들을 그나마 가장 많이 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는 오류가 너무 많습니다. 

예컨대 <몽골제국의 후예들>에서 몽골계 국가로 다루는 잘라이르 왕조에 대해서 투르크만 계통이라고 적고 있습니다(172쪽). 그리고 잘라이르 왕조가 우와이스 사후 흑양조에게 멸망당했다고 적고 있습니다(172쪽). 잘라이르 왕조는 훨씬 후에 멸망했습니다. 같은 페이지에 티무르의 아들 샤루흐가 흑양조의 카라 유수프를 패배시켰다라고 적었는데 샤루흐는 카라 유수프가 사망한 후 그의 아들들을 패배시켰습니다. 티무르가 1370년대에 주치 울루스의 주요 교역 근거지를 파괴했다고 적었는데(162쪽) 이는 1390년대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티무르의 칭호 아미르가 지도자를 의미한다고 했는데(170쪽) 아미르는 군사령관을 의미했습니다. 티무르의 손자 할릴 술탄이 권력을 잡았으나 피살되었다고 적었는데(172쪽) 그는 피살되지 않았습니다. 나디르 샤의 침공으로 코칸드 칸국이 1733년 부하라로부터 독립했다고 적었는데(178쪽) 나디르 칸의 침공은 1740년에 이루어졌고 코칸드 칸국은 1733년 이전에 독립했습니다. 압둘라칸이 우즈벡 칸국을 1557년에 다시 통합했다고 적었는데(178쪽) 실제로는 1580년대 초입니다. 카자흐 칸국이 1720년대에 일어난 대기근 등의 이유 때문에 러시아에 복속했다고 했는데(206쪽) 카자흐가 러시아에 복속한 것은 대기근 때문이 아니라 준가르의 침공 때문이었습니다. 더 오류들은 이외에도 더 많습니다. <몽골제국의 후예들>을 보면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에 포함된 오류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국내의 연구성과들을 많이 참고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 몽골 제국과 관련된 훌륭한 연구들이 많이 있지만 ˝(몽골 이외의) 몽골 제국 계승국가들의 역사˝와 ˝몽골 제국이 러시아, 오스만 등에 미친 영향˝에 대해 다룬 논저들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됩니다.      


3. 들님 왈 <몽골제국의 후예들>은 ˝몽골제국이 열어나간 ‘세계사‘의 의미가 이후 어떻게 전개되고 굴절되었는지를 충분히 살펴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이를테면 김호동 교수는 역사상 처음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대부분을 통합한 몽골제국이 세계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며,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 즉 유라시아 각 지역이 그 이전의 상대적인 고립성을 극복하고 유기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세계’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몽골제국의 시대에 이루어졌다고 강조한다. 각 지역·문명이 독자적인 역사발전의 내재적 계기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외부와도 단절되지 않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해 왔다고 보는 입장에서 보면 서구에 의한 소위 ‘근대적 세계체제’가 성립되기 이전에 이미 유목제국에 의해 구대륙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강조될 수밖에 없으며, 이후의 전개과정 역시 이러한 시각에서 살펴봐야하지 않겠는가.˝
  
들님은 몽골 제국이 세계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며 세계사 탄생의 결정적 계기는 몽골 제국의 시대에 이루어졌다는 김호동 교수의 주장을 소개하며 <몽골제국의 후예들>은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왜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이러한 측면을 살피지 못했다고 들님이 보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몽골 제국이 셰계사를 탄생시켰다는 주장은 김호동 교수에 앞서 일본의 오카다 히데히로가 <세계사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오래 전에 한 주장입니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는 1206년 몽골 제국에서 시작되었다˝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오카다 히데히로는 또한 “아시아와 동유럽에서 몽골제국은 서유럽에서의 로마제국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岡田英弘, 1999: 270)˝라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몽골 제국이 실제 세계사의 탄생에 기여한 측면을 잘 보여 주는 책은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아닌가요? 몽골 제국이 세계사의 탄생에 기여했다는 김호동 교수와 오카다 히데히로의 주장은 이론 차원의 설명이었습니다. 몽골 제국과 관련된 세계사의 탄생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근대 유라시아의 형성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을 실제로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책은 <몽골제국의 후예들> 아닌가요? ˝(몽골)유목제국에 의해 구대륙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시각에서 이후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고 하셨는데 <몽골제국의 후예들>이야말로 포스트 몽골 시대의 여러 국가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고 또 하나의 (몽골 혹은 포스트 몽골) 세계를 이루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는 책 아닌가요?  

요컨대 <몽골제국의 후예들>은 몽골 제국이 세계사를 탄생시켰다는 김호동 교수의 시각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보완/완성시켜 주고 있습니다. 

4. 실제 중앙유라시아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몽골제국의 후예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권용철의 역사책 소개 4편 - 몽골제국의 후예들https://www.youtube.com/watch?v=8_H7qUq4hXc&t=12s&ab_channel=%EA%B6%8C%EC%9A%A9%EC%B2%A0 
arşiv-i sema https://hanuur.tistory.com/87 

중소연구 44권2호 [서평] 몽골제국의 후예들 : 티무르제국부터 러시아까지, 몽골제국 이후의 중앙유라시아사 / 정세진  https://academic.naver.com/article.naver?doc_id=645564940 이 서평에서 정세진 교수는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자신의 ˝개인적인 학문적 관심을 해갈해주는 학문 활동의 필수품˝인 동시에 ˝몽골의 후계 국가의 역사적 유산에 대한 내용을 정밀하게 다루는 책˝이라고 평합니다.  

역사비평(2020년 가을호) - 몽골제국 이후 중앙유라시아 세계에 대한 방대한 보고서-『몽골제국의 후예들』(이주엽, 책과함께, 2020) / 최소영 

2020-09-17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꼼꼼한 지적 감사합니다. 제시한 공부거리들 좀 더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가나다 2020-09-18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들님 제 글을 다 읽어 주시고 또 참고해 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들님이 몽골 제국사 전공자라고 생각하고 제 견해를 길게 적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