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스파르 다피트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떡갈나무 숲의 수도원Abbey in an Oak Forest (1809 - 1810)
Oil on canvas
Schloss Charlottenburg, Berlin, Germany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것이 프리드리히(1774~1840)의 이 그림이다. 풍경에 감정을 실어낸 이 뛰어난 낭만파 화가는 이 외에도 자연의 숭고함을 나타내는 풍경화들을 많이 그렸다.
때는 낙엽도 모두 떨어진 겨울이다. 새벽인 듯 한데 안개 낀 여명 속에 뒤틀린 가지들을 한 떡갈나무, 그리고 수도원의 폐허가 서있다. 수도원의 문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은 아마도 장례행렬인 것 같다. 으스스하게 뼈까지 시릴 것 같은 분위기의 이 그림은 풍경으로 나타낸 죽음이다. 공포스러운 죽음이 아니라 고요하고 적막하며 자연의 순환의 일부로서의 죽음인 것이다.

존 앳킨스 그림쇼John Atkinson Grimshaw (1836-1893)
겨울 달A Wintry Moon
Oil on canvas, 1886
30.31 x 25 inches [77 x 63.5 cm]
Private collection
그림쇼의 이 그림 또한 겨울의 차가움,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앙상한 가지들이 몸을 떨고 차가운 겨울 달이 얼굴을 내민 초저녁의 거리 풍경이다. 창문에서 비치는 노란 불빛은 상대적으로 더욱 따뜻해 보인다.
사실 이 계절은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황량해지는 주변 풍경, 잎이 모두 떨어져버리는 나무들, 줄어드는 일조량, 이런 것들은 모두 죽음의 이미지들과 맞닿아 있다. 다만 우리가 ‘12월’에서 느끼는 흥겨움은 인위적인 것들이다. 크리스마스, 그리고 연말의 들뜬 분위기는 이 계절의 쓸쓸함을 잊게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마스가 12월 25일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날이 예수의 진짜 생일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모른다. 고대의 종교들에서 동지 무렵은 중요한 축제의 때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겨울이 맹위를 떨치기 시작하는 이 즈음에 낮의 길이는 서서히 길어지기 시작한다. 겨울이 깊어지면서 봄이 멀지 않았음을 예감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지가 지난 후에 고대인들은 태양이 소생하는 날을 기념하여 축제를 벌였고 자연스럽게 이 풍습은 기독교의 기념일에 흡수된 것이다.
길고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희망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러한 축제의 즐거움은 죽음의 계절이 가져오는 우울함을 효과적으로 방지해 주었을 것이다.

카스파르 다피트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겨울 풍경Winter Landscape
Oil on canvas, 1811
12.6 x 17.72 inches [32 x 45 cm]
National Gallery, London
프리드리히의 또다른 겨울 풍경은 그런 면을 보여 준다. 이 그림은 ‘떡갈나무의 수도원’과 비교하면 보다 밝고 희망적이다. 어느 정도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난다. 대지는 더 이상 헐벗지 않고 흰 눈에 덮여 있으며 전면에 서있는 세 그루의 침엽수는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보인다. 안개 속에 보이는 교회의 실루엣은 은총의 계절이 멀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듯 하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바위에 기대어 앉은 사람은 나무 앞의 십자고상을 향하여 기도를 올리고 있다.

대 피터 브뢰겔Pieter the Elder Bruegel (1525-1569)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과 새덫이 있는 겨울 풍경Winter Landscape with Skaters and Bird Trap
Oil on panel, 1565
14.57 x 21.85 inches [37 x 55.5 cm]
Musees Royaux des Beaux-Arts, Brussels
피터 브뢰겔의 겨울 풍경은 겨울의 추위를 즐기는 사람들과, 먹을것이 부족한 새들을 노리는 새덫을 대비시켜 겨울의 이중성을 보여 준다. 팽이를 돌리고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위로, 까마귀들은 죽음의 전령처럼 앉아 있다.

지오반니 세간티니Giovanni Segantini(1858 - 1899)
자연 삼부작-죽음Trittico della natura - La morte(1898)
Carboncino e matita dura su carta, cm 137x108
Winterthur, Stiftung fuer Kunst, Kultur und Geschichte
마지막으로 세간티니의 그림에서 겨울은 다시 죽음의 이미지를 드러낸다. 온통 쌓인 흰 눈과 위협적인 산봉우리들은 추위와 고립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눈에 덮여 쓰러질듯한 집 앞에는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고 길 위에는 시신을 실어가려는 썰매가 서 있다. 이 그림에서 눈은 더 이상 축복처럼 보이지 않으며 하늘의 구름 또한 위협적으로 낮게 떠 있다.


낭만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