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Art & Ideas 15
앤소니 휴스 지음, 남경태 옮김 / 한길아트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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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켈란젤로의 장례식부터 시작한다. 이미 살아서 신화가 된 인물, '천재'의 이미지를 체현한 인물의 장례식은 화려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예술가 자신이 원한 방식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미켈란젤로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일까? 저자는 미켈란젤로의 전기적 사실이 대부분 바사리의 '예술가의 생애' 그리고 그가 살아있을 때 그의 제자 콘디비가 쓴 전기에 의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그 책들의 진실성을 파헤친다. 그러면서 그를 신화화하는 데 일조한 사실들, 예를 들면 미켈란젤로가 언제나 혼자 작업한 '고독한 예술가'라는 이미지, 고객의 취향보다는 자신의 영감에 따라 작업했다는 이야기 등을 사료를 들어 반박한다. 또한 미완성작이 많은 이유를 작가의 심리적 문제에서 찾기보다는 밀려드는 주문과 언제나 우선순위를 차지하기를 원한 당대의 막강한 후원자들의 줄다리기에서 찾음으로써 보다 현실적인 미켈란젤로, 말하자면 작업장에서 돌 가루를 뒤집어쓰고 혼자 일하는 모습이 여러 동료, 조수들을 거느리고 후원자들의 주문에 따라 일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책의 많은 부분은 작품의 제작 과정, 작품 분석에 할애되고 있어 작품의 이해에 도움을 주지만 분량이 그다지 많지 않은 만큼 전기적 사실은 앞서 말한 대로 최근의 연구를 바탕으로 그간의 오해와 허위의 사실들에 의문을 던지는 정도로, 그다지 자세하다고는 할 수 없다. 또한 객관적 사실에 치중해서인지 문체는 건조하고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고독하고 괴팍한 천재'라는 이미지 뒤에 숨은 그의 진짜 모습이 어떤 것이었는지, 이 예술가의 다른 면모를 보여 준다는 점은 이 책의 장점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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