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쇠망사 1
Edward Gibbon / 대광서림 / 199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로마사에 대한 책을 읽다 보면 언제든 마주치게 되는 이 대작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아마 책을 집어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11권에 이르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부담감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아서인지 축약본도 나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원전에 대한 강박관념'이랄까, 그런 걸 갖고 있는 내게 다이제스트판은 영 맘에 드는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겨울 이 책을 읽자고 결심하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이미 책이 쓰여진 지 300년이 넘게 지났기 때문에 그 시대 특유의 만연체, 그 시대 독자와 현재의 독자들의 차이점(물론 유럽인과 우리의 차이점이라는 것 외에도) 등 오늘날의 독자들에겐 다소 고리타분해보이는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무척 충실한 편이다.

일단 이 책은 서로마가 기울기 시작한 3세기경부터, 동로마 제국이 콘스탄티노플 함락으로 끝나기까지, 1000년이 넘는 세월을 기술하고 있다. 단순히 역사적 사건만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법 제도, 종교, 문화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로마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 이민족들의 역사에까지 서술하고 있어 총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한다. 이미 오래 전에 쓰여진 책임에도 여전히 고전으로 읽히는 것은 역시 이처럼 웬만한 사람은 엄두를 내기 힘든 일을 해낸 기번의 업적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그토록 강대했던 로마 제국이 왜 멸망하였을까를 묻는다. 기번이 책을 쓴 동기도 아마 비슷한 의문에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로마의 쇠망 원인도 다른 제국, 혹은 다른 민족의 쇠망과 그리 다르지 않다. 어쩌면 모든 생물이 살다 죽는 것처럼 한 문명이나 하나의 제국도 융성하다가 쇠퇴하여 사라지는 길을 걷는 것이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 제국의 멸망에는 언제나 내부의 문제와 외부의 압력이 함께 한다. 기번은 그래서 이 제국의 긴 역사에서 종교와 야만의 승리를 본다. 고대의 다신교를 대체하고 유럽의 승리자로 등극한 기독교, 그리고 문명의 혜택을 모르는 광폭한 야만족의 충격은 강대했던 제국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봤는데 나온 지 십 년이 넘은 책이라 책의 만듦새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탈자도 많고... 개정판이 나왔다면 좀 나아졌으면 싶고, 그렇지 않다면 개정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좋은 책이 모양새 때문에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다면 불행할 일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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