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 - 이탈리아 문화와 풍속으로 떠나는 인문학 이야기
엘레나 코스튜코비치 지음, 김희정 옮김, 박찬일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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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와 ‘음식’이다. 이 두 가지의 결합, 이탈리아 음식 또한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올해 다녀온 두번째 이탈리아 여행에서 내 큰 목표 중 하나는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 먹기’였고 어느 정도 그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물론 내가 맛본 음식들은 무궁무진 다종다양한 이탈리아 음식의(이 책의 부록에 나와 있는 파스타 종류만이라도 훑어 보시라. 이름을 읊기도 벅찰 만큼의 종류가 나열되어 있다!)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열정을 흘끗 들여다 볼 정도는 되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탈리아에 오래 산 외국인의 입장에서 이탈리아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지역별로 나누어 펼쳐 보인다. ‘지역색’은 이탈리아를 이해하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데 우리가 아는 이탈리아 반도는 19세기 말까지 통일된 지역이 아니었음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 주(프로빈치아)로 나뉘어 있는 여러 지역들은 각각 독립된 공국이거나 다른 유럽 군주들의 지배를 받는 지역이거나 했기 때문에 이탈리아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역별 개성이 뚜렷한 나라로 남아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펼쳐지는 이탈리아 요리들의 다양성을 통해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재료들을 우선으로 하는 이탈리아의 지역 요리들을 발전시켰고 그리하여 음식은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도구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책은 기본적으로 음식문화에 대한 책이지만 음식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음식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이탈리아의 정치와 종교,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음식이라는 주제가 이렇게 다양한 분야와의 접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 이탈리아 음식은 세계인들이 즐기는 음식의 하나가 되었지만 서문에서 에코가 말하고 있듯이 ‘이탈리아 밖에서 만들어지는 이탈리아 요리는 이탈리아 음식이 아니다’라고 할 만큼 이탈리아 인들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중국집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의 음식을 파는 식당을 만나기가 어렵다. 책을 보니 수긍이 간다. 이탈리아 요리만 해도 이토록 다양한데, 굳이 다른 나라의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리라.
이탈리아에서는 값비싸고 호화로운 식당이 아니라도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훌륭한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슈퍼마켓에서도 냉동 고기나 생선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좋은 음식은 신선한 재료에서 나온다는 이탈리아 인들의 이런 철학이 패스트푸드에 맞서는 슬로 푸드의 발상지로서의 이탈리아를 만든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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