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구조인류학 한길그레이트북스 8
에드먼드 리치 지음 / 한길사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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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구조인류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잘 몰랐던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성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기독교와 유태교, 이슬람교 등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반 이상이 믿고 있는 종교들의 공통적 뿌리인 구약과 기독교 경전인 신약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신의 말씀'이라는 의미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스나 아집트의 옛 경전들이 지금에와서는 '신화'란 이름의 옛 이야기 쯤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러나 종교가 없는 내게는, 성서는 읽으면 읽으수록, 역사와 계시의 혼합물이라기 보다는 신화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어 왔는데, 에드먼드 리치의 이 책이 갖고 있는 시각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리치는 표면적인 이야기 뒤에 숨어 있는 상징적인 의미를 밝히기 위해 구조인류학의 해석 방법을 이용한다. 그것은 이야기의 시간적 순서나 역사적 사건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구성하는 각 요소들을 개별적으로 고찰하고 그것들이 어떠한 구조로 배열되어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모세에게 왜 누이가 있었는가'라는 장에서는 모세에 관한 이야기와 예수의 이야기, 그리고 같은 중근동 지방 신화인 이집트의 이시스 신화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 여인들이 모두 같은 의미를 가지며 신화에서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신화는(성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표면에 나타나는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의와 연결된 이면의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리치는 마치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기록되어 있는 구약의 여러 이야기들이 시간적 관계의 선후를 뛰어 넘는 의미를 보여준다. 인류의 공통적 심성이 신화라는 표현 양식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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