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비문학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야기들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면서, 또 많은 사람들 사이를 떠돌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보편성이 주는 매력 말이다. 거기에는 사람들이 누구나 갖는 부와 권력, 그리고 사랑에 대한 욕망과, 미지의 세계가 주는 공포, 그리고 죄를 지으면 벌을 받으리라는 두려움 등이 골고루 섞여 있다.이 이탈리아 민담에도 그러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으며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어려움을 헤치고 사랑을 이루거나 부를 쟁취하여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여러 나라에 매우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독일 황제들이 자주 넘보곤 했던 땅이기 때문인지 그림 형제가 모은 독일 지역의 이야기들과 비슷한 것들이 무척 많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보통의 동화들처럼 이 이야기들도 대부분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나곤 하지만 그 뒤를 잇는 마지막 한 줄, '하지만 우리에겐 먹을 것 하나 없다'의 후렴구들이, 묘한 감상을 남긴다. 그 한 줄로 인해 보잘것 없는 스프가 올려진 화덕가에 모여 앉아 먼 옛날, 먼 세계의 아름답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몰입하여 고단한 현실을 잠시 잊다가 이야기가 끝나고 다시 가난하고 힘든 생활로 돌아와야 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이야기 속에 그토록 과도하게 넘치는 금과 은, 산해진미의 향연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현실을 거꾸로 비춘 음화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