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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1 ㅣ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6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한참 전이지만 이 작가의 '칼'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 작품도 재미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무언지 개운치 않고 불만스러운 느낌이 책을 덮고 나서의 감상이었다. 등장 인물들이 많고 그들 간의 연결고리가 필연적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좀 느슨하다는 것만으로 이 불만감을 설명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보다는 이 책의 주제의식이 좀 애매하다는 점에서 이 불만감의 정체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책의 주인공인 연쇄살인범을 통해 작가는 이 시대 자체의 괴물성과 점점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인간들로 넘쳐 나는 이 사회를 그려보고자 한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이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와 속물성에는 너무나 익숙해진 탓인지 별로 충격을 받지 못했다. 차라리 주인공의 전생 부분은 빼 버리는 게 어땠을까? 연쇄살인범의 정신상태를 양산해내는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서라면 전생의 복수라는 것은 사족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 사회의 정신 병리를 개인의 복수로 축소시켜버리는 느낌도 들고 말이다.
많은 에피소드들은 그 하나하나로는 흥미로웠지만 역시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중간중간 끼어드는 백과사전적 지식들도 몰입을 방해했다. 소설을 통해서만 지식을 얻으려는 독자에겐 유용할지 모르겠으나 이야기의 분위기를 깨는 역할을 자주 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