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북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
귄터 그라스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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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영화로 본 '양철북'은 좀 난해했었다. 거기에 분위기는 침울했고... 아마 그래서 이 책을 손에 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의외로 소설은 쉽게 읽혔다. 시간의 역전이 여기 저기서 일어나고, 지극히 주관적인 서술로 일관되어 때때로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하긴 하지만 각 장의 에피소드들이 펼쳐 내는 선명한 이미지가 오히려 영상보다도 더 인상적이다.

삶의 무의미함을 태어나면서부터 간파한 주인공은 스스로의 의지로 성장을 거부하며, 자기 자신과 어린 예수를 동일시함으로써 우리 삶이 필연적으로 내포하는 보잘것 없음을 거부하려 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식료품점의 계산대 뒤에 서 있을 것이 뻔한 자신의 미래를 알아차린 이 어른의 정신을 가진 어린아이는 자라지 않음으로써 그 뻔한 운명에서 도망치려 하며 양철북 연주와 유리를 파괴하는 '노래'로써만 자신을 드러낸다.

이 특이한 인물이 서른이 될 때까지의 삶을 서술한 것이 바로 이 소설인데, 그토록 특이한 외모와 특이한 이력,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결국 그는 자신이 태어난 고장과 역사, 그리고 가족이라는 환경과는 떨어져 설명될 수 없는 한 인간일 따름이라는 데에서 이 소설의 냉소적인 분위기의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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