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스트럼 샌디 1 대산세계문학총서 1
로렌스 스턴 지음, 홍경숙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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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트럼 샌디>-영문학 서적을 읽다 보면 반드시 마주치게 되지만 실제 작품으로는 만나기 불가능한(원어로라면 모를까) 작품들이 꽤 있다. 이 소설도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 명성을 자주 듣다 보면 실제로는 어떨까 궁금해지게 마련이고 그래서 이 책이 번역되었다는 걸 알고는 반가운 마음에 찾아 읽게 되었다.

<트리스트럼 샌디의 생애와 사상>이라는 원제를 보면 아, 이 책은 샌디란 사람의 일생을 서술한 책이겠구나, 생각하며 책을 읽게 되지만 그런 기대는 책을 읽다 보면 여지 없이 무너진다. 주인공이 태어나는 것은 소설의 반이 지나서이며 그러고 나서도 트리스트럼의 활동은 매우 미미하다. 오히려 우리는 그의 주변 인물들-아버지, 삼촌, 그의 하인, 어머니 등-에 대해서만 얘기를 듣게 된다.

그런 것 뿐 아니라, 이 소설에선 줄거리라는 것을 따라간다는 것이 무의미하다. 소설 초장에 저자는 이 이야기를 자기 방식으로 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그는 순서 무시, 형식 무시의 방법으로 각 장들을 채워나간다. 말하자면 모더니즘 작가들의 '의식의 흐름'기법을 백 년 정도 앞서간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소설적 재미'와는 거리가 먼 이 작품이 당시의 독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다는 것이 꽤 의외였는데, 그것은 아마도 영국 작가들 특유의 풍자적 말솜씨와, 여러 에피소드에 풍부한 성적 농담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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