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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디오와 팔라디아니즘 ㅣ 시공아트 13
로버트 태버너 지음, 임석재 옮김 / 시공사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건축이라는 예술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후부터일 것이다. 그 전까지 나의 관심은 언제나 회화였으나, 이탈리아의 수많은 고전 건축들은 회화에 대한 나의 애정을 그들과 나누기를 요구하였다.
안드레아 팔라디오는 16세기의 가장 위대한 건축가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전기적 사실들로부터 시작하여 그가 지은 대표적인 건축물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그가 그의 건축들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한 요소들을 어디에서 가져왔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엄격하고 이상적인 그의 고전주의가 어떻게 17세기의 바로크를 극복하려 애쓰던 영국의 건축가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었는지, 더 나아가 신세계를 건설하던 미국의 건축가들의 전범이 되었는지까지를 일목요연하게 펼쳐 보인다.
특히 흥미 있는 것은 처음의 설계가 어떻게 현실적인 문제들과 부딪히며 변해가는가 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건축가들이 늘 다른 형태의 건물을 짓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기본에는 이 책에서 '어휘'라고 부르는 어떤 공통된 형식들이 있어서 그것들의 조합과 조화를 통하여 하나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좋은 내용과 충실한 번역에도 불구하고 한 두 가지 아쉬웠던 점은 나처럼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좀 부족하다는 점과(전문용어들에 대한 각주가 아쉬웠다) 그만한 두께의 책으로는 결코 싸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컬러 도판이 단 한 점도 없다는 점이었다. 예술 서적은, 물론 읽기 위한 것이지만 또한 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더욱 그랬다.
이 책과 내가 다녀 본 이탈리아의 도시들을 생각하다가 우리의 도시들을 보면 암담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미 우리의 전통적인 주거 문화는 다 파괴되어 버렸고, 그 자리에 들어 선 건물들은 그 안에서 살 인간도, 환경도, 또 그 건물들을 바라 볼 사람들의 시선도 무시한, 그런 건물들이다. 앞으로도 이런 일반인들을 위한 건축서가 많이 발간되어 건축과 공간에 대한 안목을 높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보다 수준 높은 건축 문화로 발전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