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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 하
스티븐 킹 지음, 최수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역사책들을 계속 읽다가, 머리를 식히고 싶어서 집어든 것이 바로 스티븐 킹의 책이었다. 그리고 그는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책은 일단 잡으면 도저히 '천천히'읽을 수 없는 그의 소설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데다가, 이제는 단순한 공포소설 작가로는 볼 수 없는, 본격소설가로서의 면모까지도 과시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의 주인공은 60년대의 미국과 월남전, 그리고 <파리 대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작가가 '아틀란티스'라고 부르는, 순진성과 진실성이 살아있던 시대는 추악한 전쟁을 거치며 사라져가고, 그 현실의 타락은 <파리 대왕>에서의 소년들의 타락과 오버랩된다.
스티븐 킹의 탁월함은 바로 인간 존재의 어둠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노란 코트를 입은 사나이들>이 우리를 막연한 공포에 시달리게 하는 것은 그들이 귀신이나 도깨비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무언지 모를 어떤 것이라는 바로 그 사실, 그리고 기실 그 '어떤 것'은 우리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아주 평범하고 또 어떻게 보면 '모범 시민'이라고 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 어떤 계기에 의해서든지 도저히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짓들을 저지를 때 느끼는 공포, 그리고 어쩌면 나 자신도 그럴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의 서늘한 공포가 우리를 엄습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콘라드의 <어둠의 속>이나 골딩의<파리 대왕>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의 문명, 인간성이란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 우리는 그 밑바닥의 어둠을 분명히 가두어 놓았다고 믿지만 사실 그것이 얼마나 빈약한 장막으로 가려 놓은 것인지를 이런 소설들을 통해 깨닫고, 경악하는 것이다.
아마 그것은 전쟁의 탓일 것이다 - 그러나 과연 누가 그 전쟁들을 일으켰는가. 어른들이 소년들을 구하지만 - 그 어른들은 누가 구해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