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너무 재미있게 읽은 탓에, 바로 그 다음주에 도서관에서 빌려 와 읽은 책이었다. 그리고 역시 내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책의 주인공은 제목에 나온 대로 '루모'라고 불리는 볼퍼팅어이다. 볼퍼팅어는 개처럼 생겼지만 이마에 뿔 두 개가 달린 종족으로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 등장한 전설적 책 사냥꾼 콜로포니우스 레겐샤인과 같은 종족이며 그 책에서는 노루개라고 불렸었다.

어려서 부모로부터 버려진(영아 유기는 볼퍼팅어들의 특징이다) 루모는 잠깐의 평화로운 유아기를 지나 악마바위의 거인들에게 납치됨으로써 파란만장한 인생을 시작한다. 그 끔찍한 종족으로부터 벗어난 후에는 그의 후각에 포착된 은띠를 찾아 볼퍼팅어들의 도시인 볼퍼팅으로 가면서 모험의 2막이 시작된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차모니아 대륙을 배경으로 하고 역시 저자의 기발한 상상력의 산물인 이상한 생물들이 대거 등장해 독자들에게 눈 뗄 틈을 주지 않는다. 동료 볼퍼팅어들을 구하기 위한 지하 세계 헬에서의 모험담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런 동시에 이 책은 또한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이기도 한데 볼퍼팅에서 루모는 드디어 그의 은띠, 랄라를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헬에서 랄라가 맞게 될 가장 끔찍한 운명은 아마도 루모와 죽음의 극장에서 맞싸우게 되는 게 아닐까 예상했지만 작가가 그녀를 위해 준비한 것이 구리처녀임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실제로 중세에 존재했던 고문 도구인 아이언 메이든을 패러디한 이 도구는 사람처럼 생긴 형틀로 안에는 못이 박혀 있어 그 안에 사람을 넣고 문을 닫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자명한 일이다. 일종의 로봇인 째깍째깍 장군은 이 형틀을 보고 한눈에 반해 여러 종류의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화학적 고문 도구로 개조한다. 그리고 구리 처녀를 위한 완벽한 영혼으로 랄라를 선택한다. 이 볼퍼팅어다운 활력과 생의 의지로 가득한 아가씨는 루모가 그녀와 다른 볼퍼팅어들을 구출하기 위해 싸우는 동안 구리처녀 안에서 생명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결국 이 책은 성장소설이면서 연애소설이면서 무엇보다도 모험 소설이다. 카드 놀이 이름을 가진 루모는 여러 영웅들의 면모를 체현한다. 특히 태어난 곳이 어디인지 모르면서 유기되고 결국 동족들에게 돌아와 그들을 구출해내는 것은 모세와 닮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모든 일들을 담담히 받아들일 뿐, 허세 같은 것을 모른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보다는 좀 잔인한 장면이 많지만 그만큼 재미있고(어쩌면 더 재미있다고 느낄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기발하다. 때때로 매우 우스운 장면들도 있는데 내가 폭소를 터뜨린 것은 루모의 룸메이트(이름을 잊어버렸다)가 축제에서 쥐오줌보 튀김의 맛에 열광한 나머지 '고통없는 상처(이 세계의 문신과 같은 것으로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 칼로 문자 따위를 새기는 것이다)'로 그의 팔에 '쥐오줌보'라고 새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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