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3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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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2

자연주의는 인간과 이성의 개입 없이 일어난 일들이 문명의 참견을 받아 오염된 것들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주장하며 찬란하고 유구한 세월을 보냈다.
.....

생각에 속박당하지 않고 넘쳐나는 감정은 분석적인 사고보다 깊고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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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1


사랑의 권럭은 아무것도 주지 않을 수 있는 능럭에서 나온다. 상대가 당신과 같이 있으면 정말 편안하다고 말해도, 대꾸도 없이 TV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바꿀 수 있는 쪽에 힘이 있다.

다른 영역에서와는 달리,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다. 사랑의 목표는 소통과 이해이기 때문에, 화제를 바꿔서 대화를 막거나 두 시간 후에나 전화를 걸어주는 사람이, 힘없고 더 의존적이고 바라는 게 많은 사람에게 힘들이지 않고 권력을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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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뜨거운 것들
최영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p. 96

서울의 울란바토르


어떤 신도
모시지 않았다
어떤 인간도
섬기지 않았다

하늘에서 떨어진 새처럼
나 홀로 집을 짓고 허무는데 능숙한
나는 유목민.
농경 사회에서 사느라 고생 좀 했지


짝이 맞는 옷장을 사지 않고
반듯한 책상도 없이
에어컨도 김치냉장고도 없이
차도 없이 살았다 그냥.

여기는 대한민국.
그가 들어가는 시멘트 벽의 크기로
그가 굴리는 바퀴의 이름으로 평가받는 나라.

정착해야, 소유하고 축적하고
머물러야, 사랑하고 인정받는데

누구 밑에 들어가지도 않고
누구 위에 올라타지도 않고
혼자 사느라 고생 좀 했지


내가 네 집으로 들어갈까?
나의 누추한 천막으로 네가 올래?

나를 접으면,
아주 가벼워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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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173

. ...
‘과거‘ 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 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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