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사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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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모두는 무엇보다도 기꺼이 자유라고 울부짖는다. 그러나 요란한 울부짖음과 연기가 커다란 사건을 둘러싸자마자 나는 커다란 사건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다.
내 말을 들으라, 지옥의 소음이라는 친구여!
커다란 사건,그것은 우리의 가장 요란한 시간이 아니라 우리의 가장 고요한 시간이다.
새로운 소음을 창안한 자들의 둘레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창안한 자들의 둘레를 세계는 돈다. 세계는 소리도 없이 돈다 - P234
<지혜로운 대인 관계에 대하여>
무서운 것은 산꼭대기가 아니라 비탈이다!
눈길은 아래쪽으로 급전직하하고 손은 위로 헝하여 내뻗는 비탈, 여기에서 마음은 자신의 이중의 의지 따문에 현기증이 난다.
아, 벗들이여, 그대들은 내 마음의 이중의 의지도 잘 알지 않는가?
눈길은 높은 곳으로 치솟아 올라가고 내 손은 심연을 붙든채 그 위에 몸을 지탱하고자 하는 거5. 이것이, 바로 이것이 나의 비탈이며 나의 위험이다!
나의 의지는 인간에게 매달린다. 나는 쇠사슬로 자신을 인간에게 묶는다. 나는 초인을 향해 위로 끌어당겨지기 때문이다. 나의 또 다른 의지가 위쪽으로 올라가려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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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온갖 악한들이 오가는 성문 옆에 앉아서 묻는다. 누가 나를 속이려 하는가?
사기꾼들을 경계하지 않기 위해 나 스스로를 기만해 버린다는 것. 이것이 대인 관계에서 나의 첫 번째 지혜다.
아. 내가 인간을 경계한다면, 어떻게 인간이 나의 기구(球)를 붙들어 두는 닻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너무도 쉽게 위로 끌어당겨지고 말 것이다!
노심초사하지 말 것. 이러한 섭리가 나의 운명 위에 드리워있다.
그러므로 인간들 사이에서 애태우며 시달리고 싶지 않은자는 어떠한 잔으로든지 마실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인간들사이에서 정결하게 남아 있고 싶은 자는 더러운 물로 씻을줄 알아야 한다. - P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