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의 정치경제학,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일만 하는 존재가 되어라>

로메로 감독이 그려낸 좀비는 현대 자본주의가 좋아하는 이상적인노동자 모델이자 같은 목적을 지녔다면 서로 해치지 않는 이상적인경제적 인간상이기도 하다. 1932년 영화 <화이트 좀비>는 그야말로기계 부품처럼 일하는 좀비를 보여준다. 하지만 로메로 감독의 좀비는 인간을 잡아먹으러 다닌다. 그런데 잘만 이용한다면 이 좀비를 아주 훌륭한 일꾼으로 부릴 수가 있다. 좀비는 인육을 원하니 하나가 죽어도 옆을 물면 또 좀비 일꾼을 쉽게 만들 수 있고, 서로 다투지도않는다. 좀비의 이 세 가지 특성이야 말로 자본가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노동자상이다. 오늘날 공장 자동화에 로봇 이용이 점점 증가하는 것 역시 로봇이 바로 이 세 가지 특성, 즉 적당한 에너지 공급만으로 얻을 수 있는 끊임없는 노동력, 손쉬운 교체, 노동자 연대(노조)의 원천 차단이라는 특성을 완벽하게 갖췄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자기는 단순 노동자 취급받기를 원치 않으면서도 막상 자기가 남에게 일을 시키면 로봇 같은 단순 노동자를 원한다. 이런 이중적 태도를 만족시키는 가장 완벽한 대상이 좀비다. 우리에게 좀비가 두려운 까닭은 나의 삶도 혹시 언젠가는 좀비 같은 노예 노동으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암묵적으로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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