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는 우리 뇌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통, 습관, 관습의 엄청난 무게가 뇌의 나머지 부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더 훌륭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무자비하게 찍어 누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제멋대로 내버려두면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갈지 모르는 상상력의 무절제와 방종에 맞서 이 무게가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해도, 우리가 자유의지라고 믿고 있는 것을 무의식적인 굴성에 미묘하게 굴복시키는경우가 많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자신이 왜 빛이 들어오는쪽으로 항상 몸을 굽혀야 하는지 모르는 식물처럼 말이다.  - P115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에 따르면,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이 말 속에는 많은 진리가 들어 있다. 인생의 추는 끊임없이 얻은 것과 잃은 것 사이를 오간다. 문제는 잃어야 하는 것과 얻어야 하는 것의 상대적인 가치에 관해 합의에 이르는 것이 인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이 지금과같은 상태가 된 것이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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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는 사실과 해석, 사실과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사람이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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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실은 스스로 이야기 한다고들 말한다. : 어떤 사실에 발언권을 줄 것이며 그 순서가 전후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람은 바로 역사가이다.
사실이란 마대와 같아서 그 안에 무엇인가를 넣을 때까지는 서 있지 못한다고 말한 것은 피란델로(1867~1936, 이탈리아의 극작가)의 주인공들 중 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 P21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림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특정한 견해에물들어 있던, 그리고 그 견해를 뒷받침해주는 사실을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서 이미 선택하고 결정한 것이지, 우연에 의한 것은 아니다. 
- P24

중세사 연구자로서 소양을 쌓은 배러클러프(1908-1984. 영국의 역사가) 교수 자신도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비록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해도, 엄격히 말하면 결코 사실 그것이 아니라 널리 승인된 일련의 판단들이다‘라고 말한다.  - P25

 .. 역사가의 기능은 과거를 사랑하거나 과거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로서 과거를 지배하고 이해하는데에 있다. - P41

 즉 역사란 사실을 객관적으로 편찬하는 것이며 해석보다는 사실이 무조건 우월하다고 간주하는 역사이론과 역사란 해석과정을 통해서 역사의 사실들을 확정하고 지배하는 역사가의 정신의 주관적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역사이론, 똑같이 지지할 수 없는 이 두 이론 사이에서, 또는 과거에 무게중심을 두는 역사관과 현재에 무게중심을 두는 역사관 사이에서 항해하는 그런 상태 말이다. 

.....
따라서 ‘역사한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그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a continous prodess fo interaction between the historian and his facts, and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 present and the past)라는 것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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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여기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 믿는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강하고 깊게 믿을 수 있으면 나아갈 길은 절로 뚜렷해집니다. 그럼으로써 이다음에 올 격렬한 낙하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혹은 그 충격을 크게 누그러뜨리거나요. " - P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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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높은 벽에 둘러싸여 있어서 들어가기가 무척 어려워." 너는 말한다. "나가기는 더 어렵고."
"어떻게 하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사이 많은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 P15

"오래된 꿈이란, 이 도시가 성립하기 위해 벽 바깥으로 추방당한 본체가 남겨놓은 마음의 잔향 같은 것 아닐까요. 본체를추방하더라도 송두리째 모조리 들어낼 순 없고, 아무래도 뒤에 남는 게 있어요. 그 잔재들을 모아 오래된 꿈이라는 특별한 용기에 단단히 가둔 겁니다."

"마음의 잔향?"

"여기서는 아직 어릴 때 본체와 그림자를 떼어내죠. 그리고 본체는 불필요한 것, 해로운 것으로 치부당해 벽 바깥으로 추방돼요. 그림자들이 안락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지만 설령 본체를 쫓아내도 그 영향이 말끔히 지워지진 않아요. 미처 제거하지 못한 마음의 작은 씨앗 같은 게 뒤에 남고,그것이 그림자의 내부에서 은밀히 성장해가죠. 도시는 그것을재빨리 찾아내서 긁어낸 뒤 전용 용기에 가둬버리는 겁니다."

"마음의 씨앗?"
"그래요. 사람이 품은 갖가지 종류의 감정이죠. 슬픔, 망설임, 질투, 두려움, 고뇌, 절망, 의심, 미움, 곤혹, 오뇌, 회의, 자기연민・・・・・・ 그리고 꿈, 사랑. 이 도시에서 그런 감정은 무용한것. 오히려 해로운 것이죠. 이른바 역병의 씨앗 같은 겁니다."

"역병의 씨앗" 나는 그림자의 말을 되풀이했다.
"네. 그러니 남김없이 긁어내 밀폐용기에 담아서 도서관 깊숙이 넣어두는 거예요. 그리고 일반 주민의 접근을 금지하죠."
"그럼 내 역할은?"

"아마 그 영혼을 -혹은 마음의 잔향을-가라앉히고 소멸시키는 일이겠죠. 그림자들이 할 수 없는 작업이에요. 공감이란 진짜 감정을 가진 진짜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이니까."
- P177

이 세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가능성이 은밀히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길모퉁이에는 생각지 못함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 P182

"저들이 머리를 쓴 거예요. 도시는 이 웅덩이 주위에 공포라는 심리적 울타리를 덤중하게 둘러쳐 뒀지요. 담이나 울타리보다 훨씬 효과적이에요. 한번 공포가 마음에 뿌리를 내리면 그걸 극복하기란 간단하지 않으니까."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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