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를 추모하며 설산 시리즈로 폭염을 버텨본다.
.. 철학을 만들려 하는 순간 순수함은 왜곡된다.철학을 의식하는 순간 그 철학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버린다. ‘더 빠르게‘라는 철학은 우리를 기록에 집착하게 만들고, ‘더 멀리‘는 거리에 집착하게 만들며, ‘더 꾸준히‘는 달리기를 의무적인 일로 만든다. 어느 순간 한계를돌파하기 위해 뛰다 보면 달리는 게 매번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더 우스운 건 그 철학에 맞지 않는 순간들을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는 것이다. 별생각 없이 뛰었는데 "오늘도 달리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포장하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마치 인스타그램에 #오운완 #러닝 태그와 함께 올릴 글귀를 미리 정해두고사진을 찍는 것처럼 말이다.분명 목표를 두고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다만, 목적과 수단이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달리기를 즐겁게 오래 하길 바라는 나의 작은오지랖이다. - P30
"거짓말은 대담한 편이 오히려 낫거든요.‘부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약간 큰 목소리로 말했다."진실에 거짓이 조금 섞여 있는 건 안 됩니다. 오히려 그 부분만두드러져서 파탄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지요. 100퍼센트의 거짓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걸 좀처럼 증명할 수 없는 법이거든요." - P292
En Excellent Mystery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모든 소식 중에서도 나쁜 소식 만큼은 반드시 들려오고야 마는 법이니까!" - P26
"딱하지만, 그는 그런 타입의 사람이었어"라고 나는 말했다. "나쁜 사람이 아니야. 어떤 의미에서는 존경할 만도 해. 하지만 이따금 쓸모 있는 휴지통처럼 다뤄져, 온갖 사람들이 온갖 물건들을 거기에 집어 던지고 가거든. 집어 던지기 쉬운 거야. 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태어나면서 부터 그런 경향을 갖고 있었나봐. 네 어머니는 잠자코 있는데도 모두들 특별하게 대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야." 평범함이란 흰 옷에 묻은 숙명적인 얼룩과 같은 것이다. 한번 묻은 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불공평하네.""원래가 인생이라는 건 불공평한 거야"라고 나는 말했다. - P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