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인을 기다리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4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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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은 역사 속에 존재하고, 역사에 반해 음모를 꾸미도록 운명지어져있다. 제국의 속마음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있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끝장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어떻게 하면 제국의 시대를 연장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

 제국은 낮에는 적들을 쫓아다닌다. 제국 은 교활하고 무자비하다. 제국은 사냥개들을 이곳저곳에 파견한다. 밤이 되면, 제국은 재앙에 대한 상상을 먹고 산다. 도시가 약탈당하고, 사람들이 강간당하고, 죽은 사람의 뼈가 산처럼 쌓이고, 드넓은 땅이 황폐해질지도 모른다는 상상 말이다. 말도 안 되는 미친 상상이지만 전염성이 강하다. 

부드러운 호숫바닥 진흙을 밟으며 물살을 가르고 있는 나도, 충성스러운 졸 대령보다 그러한 생각에 덜 감염된 건 아니다. 끝없는 사막에서 적을 쫓아다니고, 칼집에서 칼을 꺼내 야만인들을 연거푸베어 쓰러뜨리다가, 동료들이 박수를 치고 공중에 축포를 쏘아대는 가운데 ‘여름별궁‘으로 통하는 청동 문을 기어올라, 영원한 지배를 상징하는 뒷발로 선 호랑이가 받치고 있는 지구의를 쓰러뜨릴 운명을 타고난 야만인(당사자가 아니라면 그의 아들 혹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그의 손자)을 마침내 찾아내 죽이는 상상을 하는 졸 대령보다 내 감염의정도가 덜한 건 아니다. - P219

"어떤 사람들이부당하게 고통을 받으면, 그 고통을 목격한 사람들은 수치심 때문에 괴로워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나 자신을 위로해봐도 마음이 편치 않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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