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오카다 씨, 아무쪼록 조심하세요. 스스로의 상태를 안다는 것은 그렇게 손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사람은 자기 얼굴을 자기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요. 거울에 비춰서, 그 반영을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거울에 비친 상이 옳다고 경험적으로 믿고 있을 뿐입니다." - P196

"중오는 길게 늘어진 어두운 그림자 같은 것이죠. 그 그림자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대부분의 경우 본인도 모르는 법이에요. 그것은 양날의 칼입니다.
상대를 찌르는 동시에 자신도 찌르죠. 상대를 깊이 찌르는 사람은 자신도 깊이 찌릅니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나 버리려고 한다고 쉽게 버려지는 것도 아니죠. 오타나 씨도 조심하세요. 정말 위험한 거예요. 한번 마음에 뿌리 내린 증오를 떨쳐 내는것은 아주 어려움 일입니다 " - P248

"만약 오카다 씨가 지금 이름을 잃으면 저는 오카다 씨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태엽 감는 새." 하고 나는 말했다.
 적어도 내게는 새로운 이름 하나는 있다.
"태엽 감는 새 씨." 하고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그 이름을 공중에 띄우고 잠시 바라보았다.
 "멋진 이름이네요. 그런데 어떤 새죠?"

"태엽 감는 새는 실제로 있는 새야. 어떻게 생겼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실제로 그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소리밖에 못 들었어.
 태엽 감는 새는 이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서 세계의 태엽을 조금씩 감아. 끼익끼익 하는 소리를 내면서 태엽을 감지. 태엽 감는 새가 태엽을 감지 않으면, 세계가 움직이지 않아. 그런데 아무도 그걸 몰라. 세상 사람들은 모두 훨씬 더 복잡하고 멋들어지고 거대한 장치가 세계를 빈틈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사실은 태엽 감는 새가 온갖 장소에 가서, 가는 곳곳마다 조금씩 태엽을 감기 때문에 세계가 움직이는 거야. 태엽으로 움직이는 장난감에 달린 것처럼, 간단한 태엽이야. 그 태엽을 감기만 하면 되지. 하지만그 태엽은 태엽 감는 새 눈에만 보여"
(중략)...
"아쉽지만, 난 어디로 가야 태엽이 있는지 몰라. 그 태엽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 P2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