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마음을 가진 사람은 어두운 꿈만 꾸지. 더욱 어두운 마음을 가진 사람은 꿈조차 꾸지 않는단다." - P16
"왜 내가 부자들을 싫어한다고 생각해?" 그날 밤 쥐는 그렇게 물었다. 그렇게까지 이야기가 진전된 건 처음이었다. 모르겠다는 식으로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분명히 말해서 부자들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 손전등과 잣대가 없으면 자기 엉덩이도 긁지 못한다고."
‘분명히 말해서‘란 쥐가 걸핏하면 내뱉는 말버릇이었다. "그래?"
"응. 녀석들은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 생각하는 시늉만 할 뿐이지⋯⋯⋯ 왜 그런 것 같아?" "글쎄"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 물론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머리가 필요하지만, 계속 부자로 있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 말하자면 인공위성에 휘발유가 필요 없는 것과 같은 논리지. 빙글빙글 같은 곳을돌기만 하면 되는 거야. 하지만 나나 너는 그렇지가 않아. 살아가기 위해서는 계속 생각해야 하거든. 내일 날씨에서 욕조의 마개 사이즈까지 말이야. 안 그래?" - P23
"하지만 지난번엔 의논하려고 했쟎아?" "그랬지. 그런데 하룻밤 생각하고 그만뒀어. 이 세상에는 어떻게 손써볼 수 없는 일도 있더라."
"예를 들면?" "예를 들면 충치 같은 거야. 어느 날 갑자기 쑤시기 시작해. 누가 위로해줘도 통증은 멈추지를 않아. 그렇게 되면자기 자신에게 무척 화가 나기 시작하지. 그리고 그다음엔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는 녀석들한테 견딜 수 없이 화가 나기 시작하는 거야. 알겠어?" "조금은."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봐. 조건은 모두 같아. 고장 난 비행기에 함께 탄 것처럼 말이야. 물론 운이 좋은 녀석도 있고 나쁜 녀석도 있겠지. 터프한 녀석이 있는가 하면 나약한 녀석도 있을 테고, 부자도 있고 가난뱅이도 있을 거야. 하지만 남들보다 월등히 강한 녀석은 아무 데도 없다구. 모두 같은 거야.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자는 언젠가는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겁을 집어먹고 있고, 아무것도 갖지 못한 자는 영원히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게아닐까 걱정하고 있지. 모두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빨리 그걸 깨달은 사람은 아주 조금이라도 강해지려고 노력해야 해. 시늉만이라도 좋아. 안 그래? 강한 인간 따윈 어디에도 없어 강한 척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 뿐이야." - P133
"십이 년, 십삼 년 전쯤.. 아버지가 병에 걸린 해야. 그전의 일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계속 좋지 않은 일만 일어났어. 머리 위에선 언제나 나쁜 바람이 불고 있어. "
" 바람의 방향도 때가 되면 바뀔 거야." - P159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누구나 그걸 붙잡을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 P169
한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니체의 말 인용)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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