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전쟁이 제게 호의를 베푼 덕에 집중포화 속에서도 이 모든 소동을 벗어나 당신의 개념의 땅을 이렇게 거닐 수 있었습니다" 라는 마지막 구절에 이르기까지 아인슈타인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읽어내려갔다. 독일에서 가장 존경받는 과학자 중 한 명이 러시아 전선에서 포대를 지휘하고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다가올 재앙에 대한 친구의 알쏭달쏭한 경고 때문도 아니라, 편지지 뒷면에 쓰여 있던 것 때문이었다.
 돋보기를 대고서야 간신히 분간할 수 있는 잔글씨는 일반상대성 방정식에 대한 최초의 정확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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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식을 만든 자신조차도 근사해를 찾는 것이 고작 아니던가. 슈바르츠실트의 해는 정확했으며 항성의 질량의 주변의 시공간을 구부리는 방식을 와벽하게 기술했다.
- P46

[슈바르츠실트의 툭이점]

슈바르츠실트가 쓴 풀이법은 간단했다. 그는 회전하지 않고 전하가 없는 완벽한 구형의 이상적 항성을 가정한 다음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대입하여 질량이 어떻게 마치 침대에 내려놓은 포탄이 매트리스를 휘게 하는 것과 비슷하게 공간의 형태를 바꾸는지 계산했다.
그의 수치가 어찌나 정확했던지 오늘날까지도 항성의 경로, 행성의 궤도, 중력이 큰 천체 근처를 지나는 광선의 힘등을 추적하는 데 그의 공식이 쓰인다.

하지만 슈바르츠실트의 결과에는 무척이나 기묘한 무언가가 있었다.

일반적인 항성의 경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공간은 아인슈타인의 예측대로 완만하게 휘어졌으며 항성 본체는 마치 해먹에 누운 두 아이처럼 함몰부 중앙에 떠 있었다. 

문제는거성이 연료를 다 써버려 붕괴하기 시작할 때처럼 너무 큰질량이 매우 작은 면적에 집중될 때 일어났다. 슈바르츠실트의 계산에 따르면 그런 경우에는 시공간이 단지 휘어지는 것이 아니라 찢어진다. 항성이 짜부라들어 밀도가 계속 커지다보면 중력이 너무 세지는 바람에 공간이 무한히 휘어져 스스로를 감싸고 만다. 그 결과는 우주의 나머지 부분과 영영단절되어 빠져나갈 수 없는 심연이다.
사람들은 이를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이라고 불렀다. - P48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그는 탈출구나 자기 논리의 오류를 찾고자, 특이점을 설명하기 위한 계산으로 공책 세 권을 채웠다.

 마지막 공책에서슈바르츠실트는 어느 물체이든 그 물질을 충분히 제한된 공간 속에 압축하면 특이점이 생길 수 있음을 추론해냈다. 태양은 3킬로미터, 지구는 8밀리미터, 평균적 인체의 질량은0,000000000000000000000001센티미터로 압축하면 된다.

그의 공식에서 예측되는 공허 속에서 우주의 기본 매개변수들은 성질이 뒤바뀌었다. 

공간은 시간처럼 흘렀고 시간은 공간처럼 늘어났다. 이 왜곡은 인과 법칙을 바꿨다.

 슈바르츠실트는 가상의 여행자가 이 텅 빈 구간을 지나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미래로부터 빛과 정보를 받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들을 볼 수 있으리라고 추론했다. 

중력에 찢어발겨지지 않고서 심연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 여행자는마치 만화경에서 보듯 두 개의 서로 다른 이미지가 자기 머리 위의 작은 원에 한꺼번에 중첩되어 투사되는 것을 볼 것이다.
한 이미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전개되는 우주의 미래 진화를 통째로 인식할 것이며 다른 이미지에서는 과거가 하나의 찰나로 얼어붙은 것을 볼 것이다.

기현상의 특이점의 내부에 국한되지 않았다. 특이점 주변에는 한계가 존재했는데, 이 선을 넘으면 행성 전체로부터 작디작은 이원자 입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체가 영영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바닥 없는 구덩이에 떨어진 것처럼 우주에서 사라질 것이다.

수십 년 뒤애 이 한계는 슈바르트실트 반지름으로 명명되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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