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로 와보시오, 착한 양반, "산초가 대답했다.
" 내가 미련퉁이가 아니라면 그대가 말하는 그 통과하고자 한 사람은 살아서 다리를 건널 만한 이유가 있고, 마찬가지로 죽어야 할 이유도 있소. 진실이 그 사람을 구한다면 마찬가지로 거짓이 그 사람을 처형할 것이기 때문이오. 사실이 그러하니 내가 보기엔 나한테 그대를 보낸 그 재판관들에게 이렇게 말하면될 것 같소.
그자를 처형하는 이유나 그자를 사면하는 이유가 저울에 똑같은 무게로 달리니 그자를 자유롭게 지나가게 하라고 말이오.
그건 나쁜 짓보다 착한 짓이 늘 칭찬받는 법이기 때문이오.
이것은 내 이름으로서명해 줄 수도 있소. 내가 서명할 줄 안다면 말이지만, 이는 내 생각으로말한 게 아니라, 내가 이 섬으로 통치하러 오기 전날 밤에 내 주인 되시는 돈키호테 나리께서 주신 많은 교훈들 중 하나인데 그게 문득 내 머리에떠올랐지.
그건 판단을 내리기가 애매한 경우에는 자비 쪽으로 가서 자비에 호소하라는 교훈이었소. 하느님께서 지금 이 사건에 꼭 들어맞게 내가그것을 기억하기를 원하셨던 게지." - P635
삶에 있어서 모든 것 같은 상태로 지속으로 부질없는 것이다. 오히려 삶은 모두 중심에다 한 점을 놓고 그 주위를 방글방글 도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몸은 여름을 추적하고, 여름은 한여름을 추가을 추적하고 가을은 겨울을 그리고 겨울은 봄을 추적하니 , 이렇게 세월은 멈출 줄 모르는 바퀴를 타고 구르고 또 구른다. 단지 인간의 목숨만이 세월보다 더 가볍게 그 종말을 향해 치닫는다. 인간의 목숨을 제한할 한계가 없는 다른 생애에서가 아니라면 다시 시작해 볼 희망도 없이 말이다. 이 말을 회교도의 철학자인 시대 아메데가 하고 있다. 현생의 가벼움과 불안정성, 그리고 기대되는 내세의 영원한 삶을 이해하게 하는 이 말을, 많은 사람들은 신앙의 빛 없이 자연의 빛으로만 이해해 왔다. - P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