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장식, 그리고 아름다운 책을 좋아하는 칸과 샤, 술탄 들의 애정은 세 계절로 나눌 수 있지. 

이들은 첫 계절에는대담하고, 열정적이고, 호기심이 많지.이통치자들은 존경을받고 싶어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주기 위해서 그림을 원하지. 이때는 그들이 스스로 배워 나가는 단계라네. 

두 번째 계절에 접어들면 즐거움을 얻기 위해 책을 만들게 하지. 진심으로 그림 감상을 즐기기 때문에 열성적으로 책을 수집하고, 그 때문에 사후까지 자신들의 명성을 지켜 나갈 수 있게 되지.

 마지막 세 번째 계절, 인생의 가을에 접어들면 그 어떤 술탄도 속세에 남겨지는 불후의 명성에 관심을 갖지 않게 돼. ‘세속적 불멸‘이란 후세에 기억되는 것을 의미한다네. 세밀화와 책을 좋아하는 통치자들은 우리 화가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책들, 그들 자신의 역사를기록한 책들을 제작하게 함으로써 이미 이승에서의 불멸은 얻었거든. 하지만 늙고 보니 저세상에서 좋은 자리를 얻는 데 그 그림들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세. 

나를 가장 슬프게 하고 두렵게 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라네. 그 자신도 세밀화가였으며 젊은 시절을 화실에서 보낸 샤타마스프는 죽음이 가까워지자 그 멋진 화실을 폐쇄하고 재능 있는 화가들을 타브리즈에서 쫓아냈지. 그는 몹시 후회하며 그동안 제작한 책들을 모두 파괴해 버렸다네. 자네는 사람들이 그림이 천국의 문을 닫히게 만든다고 믿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 그 이유야 아시지 않습니까? 예언자께서 경고하신 말씀 즉 심판의 날에 신이 화가들을 가장 가혹하게 벌할 거라고 말씀하신 것을 다들 알고 있으니까요."

" 화가들이 아니아 우상을 만든 사람들이네. 또한 그건 코란이 아니라 부카리가 쓴 하디스에 적힌 말이지." - P309

"절대적으로 순수한 것은 아무것도 없네. 장정 예술의 걸작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작품들이란 언제나 이전까지 합쳐진 적이 없었던 두 가지 화풍이 결합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네. 아랍의 섬세함과 세밀화가 몽골과 중국의 화풍과 결합된 것은 비흐자드와 페르시아 그림의 훌륭함 덕분일세. 샤 타마스프의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페르시아 화풍과 투르크맨족의 감성이 혼합된 것이지. 오늘날 인도의 악바르 칸의 화원을 무조건 칭찬만 할 수 없는 까닭은 악바르 칸이 세밀화가들에게 서양 화가들의 화풍을 모방하도록 강요했기 때문일세.

서방도 동방도 모두 신의 것일세. 신이여, 순수함을 향한 의지로 부터 우리를 보호하소서."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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