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20년 이상 계속 달릴 수 있는 것은, 결국은 달리는 일이 성격에 맞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좋아하는 것은 자연히 계속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거기에는 의지와 깉은 것도 조금은 관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마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 해도, 아무리 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오래 계속할 수는 없다. 설령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오히려 몸에는 좋지 않은 결과를 기져올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달리기를 주위의 누군가에게 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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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될 만해서 러너가 되는 것이다. - P73

[ 한여름의 아테네에서 최초로 42킬로를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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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가 넘는 여름풀 너머로 결승점이 조그많게 보이기 시작한다. 마라톤 마을 입구에 있는 마라톤 기념비이다 그것이 진짜 결승점인지 아닌지 처음에는 잘 판단할 수 앖었다. 결승점이라고 하기엔 눈앞에 너무 갑작스레 나타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종착점이 보이는 것은 기쁨 일이지만 그 갑작스러움에 대해 까닭 없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마지막이니까 사력을 다해 스피드를 내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해도 다리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지는 방법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온몸의 근육이 녹슨 대패로 깎여 나간 것처럼 거칠게 보였다.

골!!

드디어 결승점에 다다랐다. 성취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다. 내 머릿속에는 ‘ 이제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좋다.‘ 라는 안도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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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마을의 아침 카페에서 나는 마음이 내키는 대로 찬암스텔 비어를 마신다 . 맥주는 물론 맛있다.
그러나 현실의 맥주는 달리면서 절실하게 상상했던 맥주만큼 맛있지는 않다.

제정신을 잃은 인간이 품은 환상만큼 아름다운 것은 현실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 P102

[ 이제 아무도 테이블을 두드리지 않고 컵을 던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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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고 있으면 마지막 단계쯤에 일분일초라도 빨리 골인해서, 아무튼 이 레이스를 완주하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찬다. 다른 일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그렇지만 그때에는 그런 건 추호도 생각나지 않았다.

끝이라고 하는 것은 , 그저 우선 단락을 짓는다는 것뿐으로, 실제로는 대단한 의미가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끝이 있기에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존재라는 사물의 의미를 편의적으로 두드러지게 보이기 위해서, 혹은 또 그 유한성의 에두른 비유로서, 어딘가의 지점에 다른 일은 젖혀놓고 우선 종착점이 설정되어 있을 뿐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꽤 철학적이다. 그렇지만 그때는 그것이 철학적이라는 따위의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말이 아닌 오직 신체를 통한 실감으로서, 말하자면 포과적으로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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