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 존재론의 근본 명제 가운데 하나는 ‘존재는 늘 한 존재자의 존재이다‘라는 것이다. 이 말은 인간 현존재와 무관하게 이런저런개별적 존재자들이 존재하는 것이 자명하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 반대이다.
하이데거의 어렵고 복잡한 논의를 거칠게 단순화시켜서 말하자면, 개별적 존재자는 언제나 시간과 공간 안의 것으로서만 발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실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라이프니츠와 칸트가 밝혔듯이, 아니 고대와 중세의 근원적인 사상가들이 이미 분명하게 알고 있었듯이, 시간과 공간 자체가 실재적인것이 아니라 현상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존재는 늘 한 존재자의 존재이다‘라는 존재론의 근본 명제는 존재란 인간 현존재의 존재에 근거해서만 가능한 것이라는 뜻을 함축할 수밖에 없다. 현상적인 모든 것은, 그 존재라는 의미까지 포함해서, 인간 현존재의 존재에 근거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 P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