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흔히 경험하듯 어떤 일이 끝날 무렵에는 너무 빨리지나가버렸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인생의 한 순간, 역사의 한 시대 문명의 한 사상, 그리고 이 무심한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떤 변화.

성토마스성당에서 사람들이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 신에게 노래하듯. 주님께는 억겁의 세월도 하룻밤과 같사오니, 나도 간단히 밝히겠는데,
아, 전능하신 독자여, 내 인생도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나이다. 2배속으로 살아가는 인생은 결국 반토막에 불과하니까. 

세상만사 모든 일이 찰나처럼 지나도다. - P229

두려움은 극단주의자다. 
전부 아니면 무, 언제나 양자택일이다. 두려움은 폭군과 같아서 어리석고 맹목적인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인간의 삶을 지배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그것을 극복하면 모든 힘을 잃고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비밀 두려움에 맞서 혁명을 일으켜 그 천박한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방법은 이른바 ‘용기‘와는 별 상관이 없다. 비결은 훨씬 더 간단하다. 살아야 한다는 단순한 욕구.

내가 두려움을 버린 까닭은 지상에서 살아갈 시간도 부족한 마당에 한순간도 겁에 질려 낭비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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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는 살아야 한다. - P258

무어 연작의 공통 주제는 무어의 비극 - 즉 다양성이 통일성 때문에 파별되는 비극, ‘여럿‘이 ‘하나‘에게 패배하는 비극 - 이었으니까. - P643

"현실이라는 거대한 기계가 사람의 영혼을 마구 짓누르는 상황에서 인생을 용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 아름답다는 이유로 세상을 용서할 수 있겠소? 이세상의 아름다움은 추악한 면을 감춰줄 뿐이고, 친절은 잔인성을 은폐할 뿐인데 말이오. 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 인생도 매끄럽게 이어진다는생각은 큰 착각이지. 사실 인생은 무방비 상태인 우리 머리통을 나무꾼의 도끼처럼 내리찍는 가혹한 단절의 연속이 아니겠소?" - P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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