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것은 수아르 족 인디오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터득할 수 있었던 죽음에 대한 그들의 시각일 수도 있었다.
그들은 죽음을 죽음 자체의 행위라고 믿었다. 죽음은 참혹한 것이지만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이 말하는 죽음은 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밀림 세계의 냉혹한 원칙에서 나온 죽음이었다.
그때서야 노인은 눈앞의 현실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먼저 싸움을 건 쪽은 인간이었다. 금발의 양키는 짐승의 어린 새끼들을 쏴 죽였고, 어쩌면 수놈까지 쏴 죽였는지도 몰랐다. 그러자 짐승은 복수에 나섰다. 하지만 암살쾡이의 복수는 본능이라고 보기에 지나치리만치 대담했다. 설사 그 분노가 극에 달했더라도 미란다나 플라센시오를 물어 죽인 경우만 봐도 인간의 거처까지 접근한다는 것은 무모한 자살 행위였다. 다시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노인의 뇌리에는 어떤 결론이스쳐 가고 있었다.
"맞아, 그 짐승은 스스로 죽음을 찾아 나섰던 거야.
그랬다. 짐승이 원하는 것은 죽음이었다. 그러나 그죽음은 인간이 베푸는 선물이나 적선에 의한 죽음이아닌, 인간과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싸움을 벌인 뒤에스스로 선택하는 그런 죽음이었다. - P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