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텅 비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있을 것읒 모두 있었다.
 그러고 보면 진정한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이란 그리 많지 않은법이다.
- P111

"..... 살던 그대로 조용히 살게 내버려 두쇼, 보스 양반, 괜히 그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지마쇼! 만약 당신이 눈을 뜨게 해 주면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 아시오? 악의를 품고서 냉담하게 거리를 둘 거요. 그러니 눈 감고살게 그냥 내버려 둬요. 꿈꾸게 내버려 두란 말이오!"

조르바는 잠시 동안 입을 다물고 머리를 긁적거리며 생각에잠겼다.
"다만, 그가 마침내 말했다. "다만..……."
"다만? 다만 뭡니까?"


"다만 그 사람들이 눈을 떴을 때 당신이 더 좋은 세상을 보여 줄 수만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럴 수 있소?"

나로서는 그것을 알 수 없었다. 나는 무엇을 무너뜨려야 할지는 분명히 알았지만 그 폐허 위에 무엇을 다시 세워야 할지는알지 못했다. 그건 누구도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어. 나는 혼자생각했다. 과거는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만큼 확실하게 존재한다.

우리는 과거를 경험할 수 있고, 순간순간 과거와 다투고 있다.
하지만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모호한 데다 물처럼 유동적이이며 꿈과 같은 것들로 만들어진다. 세찬 바람에 - 사랑, 상상력,
행운, 하느님 같은 것 말이다. ㅡ 모양이 속절없이 바뀌는 구름과 같은 것이다. 바람은 늘 구름을 쉼 없이 바꾸며 더 두텁게 만들거나, 더 얇게 만들지 않는가. 

아무리 훌륭한 예언자도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구호뿐이다. 그리고 그 구호가모호하면 할수록 그 예언은 더더욱 위대해진다. - P120

나는 행복했고, 그 사실을 깨달았다. 행복을 경험하는 순간그것을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그 순간이 다 지나가 버린뒤에야 비로소 뒤돌아보며 때로는 갑자기, 때로는 흠칫 놀라며그때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깨닫곤 한다. 그러나 이곳 크레티섬해변에서 나는 행복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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