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는 인간의 호소와 세계의 비합리적 침묵의 대면에서 생겨난다. 잊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이 점이다. 바로 이것에 매달려야한다. 생의 결론이 송두리째 그것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비합리와 인간의 향수 그리고 그 두 가지의 대면에서 솟아나는 부조리, 이것이 바로 한 실존이 감당할 수 있는 모든 논리와 더불어 필연적으로 끝나게 되어 있는 드라마의 세 등장인물이다. - P49
.... 또한 마찬가지로 귀류법에 의한 논증, 부조리에 의한 증명도 그 추론의 결론을 우리가 세우고자 하는 논리적 실체와 비교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중략) 그 어느 경우에든 부조리함은 두 항의 비교에서 생겨난다. 따라서 내가, 부조리의 감정은 어떤 사실 또는 인상에 대한 단순한 검토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하나의 사실과 일정한 실제 현실의 비교, 어떤 행동과 그것을 초월하는 세계의 비교에서 태어난다고 말하는 것은 근거가 있다. 부조리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어떤 이혼, 즉 절연이다. 그것은 서로 비교되는 두 요소의 어느 한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조리는 그 둘의 대비에서 생겨난다. - P52
부조리의 인간은 이렇게 불처럼 뜨거우면서도 얼어붙은 듯 싸늘하고, 투명하고 한정된 세계, 아무것도 가능한 것이 없으면서도 모든 것이 주어진 세계, 그 한계 밖으로 넘어서면 붕괴와 허무뿐인 하나의 세계를 엿보게된다. 이리하여 그는 그 같은 세계 속에서 살아가기로, 그 세계에서 힘을, 희망의 거부를, 그리고 위안 없는 한 삶의 고집스러운 증언을 이끌어 내기로 결심할 수 있는 것이다. - P91
시지프의 소리 없는 기쁨은 송두리째 여기에 있다. 그의 운명은 그의 것이다. 그의 바위는 그의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조리한 인간이 자신의 고통을 응시할 때 모든 우상은 침묵한다. 문득 본연의 침묵으로 되돌아간 우주 안에서 경이에 찬 작은 목소리들이 대지로부터 무수히 솟아오른다. 은밀하고 무의식적인 부름이며 모든 얼굴의 초대인 그것들은 승리의 필연적인 이면이요. 대가다. 그림자 없는 햇빛이란 없기에 밤을 겪지 않으면 안 된다.
부조리한 인간의 대답은 긍정이며 그의 노력에는 끝이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운명은 있어도 인간을 능가하는 운명이란 없다. (중략)
인간은 스스로 자신이 살아가는 날들의 주인이라는 것을 안다.
p.18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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