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곡들1
겨울 저녁이 통로(通路)마다
비프스테이크 냄새와 함께 자리 잡는다.
여섯 시.
연기 피운 하루들의 타 버린 동강이들.
그리고 지금 돌풍 소나기가
너의 발치의 시든 잎새들과
공터에서 온 신문지의
검댕이 낀 조각들을 싼다.
소나기는 쪼개진 차양(遮陽)과
굴뚝 토관(士管)을 때린다.
그리고 거리 구석에선
외로운 마차 말이 몸에서 김을 내며 발을 구른다.
그리고 다음엔 가로등 램프들의 점등(點燈).
2.
아침은 의식을 회복한다.
일찍 여는 커피 노점으로 몰려가는
흙 묻은 모든 발들이
톱밥 짓이기는 거리로부터
흐미한 김빠진 맥주 냄새를.
(중략)
3.
너는 침대에서 담요를 던지고,
너는 누워, 기다렸다.
너는 졸고, 밤이
네 영혼을 이루는 수많은 천한 이미지들을
드러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중략)
침대가에 앉아, 머리칼을 접었던
종이들을 비틀고
흙 묻은 두 손바닥으로
노란 발바닥들을 꼭 싸잡으며.
4.
그의 영혼은, 도시의 한 블록 뒤로 사라지는,
혹은 네 시 다섯 시 여섯 시에
집요한 발길에 밝히는
하늘을 따라 틈새 없이 뻗어 있다.
(중략)
이들 이미지들은 주위로 웅크리고, 그리고
달라붙은 심상들에 내 마음 끌린다.
어떤 한 없이 순하고
한없이 아파하는 것에 대한 생각.
네 손으로 입을 한 번 흠쳐라, 그리고 웃어라;
세상이 공타에서 땔감을 줍는
눍은 여인들처러 돌고 있다.
p27~33
황무지
"한번은 쿠마에서 나도 그 무녀가 조롱 속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지요. 애들이 ‘무녀야 넌 뭘 원하니?‘ 물었을 때
그네는 대답했지요. ‘죽고 싶어.‘ "
- 보다 나은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1.죽은 자의 매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 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슈타르베르거 호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및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동안 애기했어요.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출생은 리투아니아이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중략)
이 움켜잡은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 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 나오는가?
인자여, 너는 말하기는커녕 짐작도 못 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 더미뿐
그곳엔 해가 쪼아 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중략)
"일 년 전 당신이 저에게 처음으로 히아신스를 줬지요.
다들 저를 히아신스 아가씨라 불렀어요."
- 하지만 히아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한 아름 꾳을 안고 머리칼 젖은 너와 함께 돌아왔을 때
나는 말도 못 하고 눈도 안 보여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빛의 핵심인 정작을 들여다보며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황량하고 쓸쓸합니다. 바다는."
(중략)
소리쳐서 그를 세웠다."스테슨
자네 밀라에 해전때 나와 같은 배에 탔었지!
작년 뜰에 심은 시체에 싹이 트기 시작했나?
올해엔 꽃아 필까?
혹시 때아닌 사리가 묘상을 망쳤나?
오오 개를 멀리하게, 비록 놈이 인간의 친구이긴 해도
그렇잖으면 놈이 발톱으로 시체를 닷 파헤칠 걸세!
그대! 위선적인 독자여! 나와 같은 자 나의 형제여!"
p.4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