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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가훈 ㅣ 동양고전 슬기바다 8
안지추 지음, 유동환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p.164
10. 명성과 실질
[일 할 때는 반드시 여유가 있어야 한다]
사람이 한 발을 딛는 거리는 십여 센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십여 센티 정도의 좁은 산길을 걸어가면 반드시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고, 좁은 외나무다리로 강을 건너면 번번이 믈이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길과 다리 곁에 전혀 발 디딜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군자가 사회적으로 자신를 성공시키는 것도 역시 이와 같은 이치이다. 아주 성실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믿지 않고, 너무 고결하게 행동하면 세상 사람들이 간혹 의심을 품게 된다.
이것은 모두 그 말과 행동에 대한 명성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전혀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중략)
이 단락에서는 무슨 일을 하든 앞뒤를 돌아볼 여유와 일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된다고 말하였다.
p.166
[사람의 진가는 반드시 판가름 난다]
내가 세상을 경험한 바에 따르면, 청렴한 명성을 얻게 되면 속으로는 금전과 재물을 꿰차고, 신용과 명예를 얻게 되면 속으로 태연하게 믿음과 약속을 뒤집는 인물이 제법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속내에 감추어진 창과 같은 악덕이 반드시 겉을 덮는 방패와 같은 겉모습을 훼손하여 서로 모순이 되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복자천이 ˝ 여기에서 성실한 사람은 저기에서 드러난다.˝ 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정말로 어떤 인물이 성실한지 아닌지, 참된지 거짓인지는 마음속에 담겨진 문제다. 그러나 그 결과는 반드시 사람의 눈에 드러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단지 일반 사람들은 이런 점을 깊이 통찰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이 점을 통찰하여 분명해지면, 그거야말로 ˝꾸미는 거짓이 우직한 진실보다 못한 것˝이니 결국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입는 치욕도 더욱더 커져 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