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의 스케치북
존 버거 글.그림, 김현우.진태원 옮김 / 열화당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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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의 책은 무조건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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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의 정원
타샤 튜더 지음, 김용지 옮김,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 아인스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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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할머니 책은 다 있지만 무조건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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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a Lewis - 정규 3집 Glassheart [2CD 디럭스 에디션]
리오나 루이스 (Leona Lewis)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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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다! 바로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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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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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들기 전의 두통은 아등바등 버텨온 하루의 마감을 의미 없게 만들어 버린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고 잠을 청해 보려하지만 의식은 더욱 또렷해지고 약을 먹여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즈음 이 책의 주인공 최현수가 생각났다. 그가 열두 살 소녀 세령을 차로 치고 목 졸라 살해한 후 세령호에 던졌기 때문에 잠들지 못한 것은 물론 악몽과 괴로움에 시달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번도 그의 고통을 간접경험하거나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할 필요도 없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두통에 시달리던 밤, 그런 최현수가 떠올랐다. 나는 기껏해야 몇 날 중 하룻밤 두통에 시달리며 괴로워하고 있는데 그는 매일 밤, 또한 그 사건 이후 7년이 흐르는 동안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밤을 보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두려워졌다.

 

  어떤 이는 이 소설이 무섭다고 했고, 등장인물의 누군가가 불쌍하다고도 했다.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지라 푹푹 찌는 한낮에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읽었다. 흡인력이 대단해 순식간에 100페이지를 읽어버렸는데 그때부터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 세세한 묘사가 인상적이었음에도 내용이 무섭다기보다 너무 암울했고 무거웠다. 무엇보다 100페이쯤 다달했을 때 이 작품이 왜 이렇게 두꺼운지 짐작이 갔다. 내용을 대강 알겠다는 자만심이 아니라 그날 밤 세령마을에서 벌어진 일을 토시하나 빠뜨리는 일 없이 세세하게 목도하게 될 거라는 나름대로의 복선을 알아차린 것이다. 모든 잘못이 최현수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세령의 아빠 오영제의 실체를 보게 될 거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망설여졌다. 사방이 어둠뿐인 길의 초입에서 앞으로 한발짝 떼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용기를 내 어둠의 길을 통과한 결과 모든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최현수가 세령을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건 사실이지만 '미치광이 살인마'가 아니라는 사실. '세령호의 재앙'은 맞지만 그 모든 사건에 단순히 최현수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최현수의 잘못이라면 세령을 차로 치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최현수가 처했던 상황이 신고를 하는 방법보다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하도록 만들어버렸지만 그 실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자기 것에 대한 병적인 집착'으로 아내와 딸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버린 것도 모자라 최현수의 가정을 파탄 낸 오영제도 정상은 아니다. 불행이라면 그 둘이 얽혀버렸다는 사실이다. 많은 '하지 않았더라면'이란 가정 하에 최현수와 오영제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타인의 목숨을 해하는 큰 죄를 범했을지라도 십자가를 지고 평생 살아갈지언정 자신의 삶의 영역은 조금이라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최현수가 만났던 끔찍한 밤들, 오영제가 꿈꾸는 복수, 그 안에서 살아남은 '미치광이 살인마'의 아들 서원이 겪어야 했던 그 모든 일들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이 괴로웠다. 최현수의 과거를 담고 있으면서 현재의 모습을 비추며 그를 괴롭히던 고향의 우물이 이 모든 것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절대 지워지지 않는 기억처럼 이 소설을 덮은 후에도 오래도록 이들의 이야기가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그날 밤 최현수가 저질렀던 실수 때문에, 병적인 집착을 지닌 오영제 때문이라고 말하기엔 모든 상황과 현실이 부적절했다. 최현수가 그 엄청난 사건을 털어놓을 단 한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고독하고 외로웠던 최현수는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그 결과 당시 열두 살이었던 서원은 7년이 흐른 뒤에도 오영제의 복수의 제물이 될 날을 기약하고 있었다. 어느 곳에서도붙이고 살아갈 수 없게 만든 오영제의 치밀함과 광적인 복수가 나은 비극이었다.

 

  서원에게 모두 등을 돌릴 때 단 한사람, 세령마을에서 같은 방 룸 메이트였던 오승환만이 힘이 되어준다. 함께 산 짧은 시간에도 그랬지만 친척집을 전전하며 세상의 끄트머리로 쫓겨나고 있을 때도 서원에게 유일하게 힘이 되어준 사람은 안승환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있었던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게 해준 사람도 안승환이었다. 최현수가 세령의 시신을 유기하는 것을 목격했음에도 말하기를 기다렸던 죄책감으로 이 모든 사실을 소설로 쓰겠다는 부탁을 들어주었다. 오영제는 최현수의 사형집행과 동시에 서원에게도 복수의 칼날을 겨누고 있었다. 최현수는 그 사실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안승환을 비롯한 몇몇 사람을 통해 오영제의 계획에 맞선 나름대로의 대책을 세웠다. 모두 서원 때문이었다. 자신 때문에 모든 게 어긋나버린 서원. 딸을 잃은 오영제의 심정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었으나 세령과 자신의 아내에게 했던 광적인 모습을 떠올려볼 때 최현수와 오영제의 부성애는 차원이 달랐다. 오영제에게 최현수는 자기 것을 흠집 낸 파괴자였다. 자기 것(자기 의도대로 움직여야 하는 것)에 딸이 포함되어 있었으니 그 분노는 오죽했겠는가.

 

  이 소설을 끝까지 읽기 망설였던 순간(100페이지에서 머물렀을 때)부터 어떤 과정과 어떤 결말이 그려질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급하게 마무리 지어 버리는 듯한 끝이 조금은 아쉬웠다. 오영제는 계획대로 서원에게 접근해왔고 서원을 지켜주고 있는 안승환을 먼저 처리했다. 오영제가 처리하지 못한 사람은 프랑스에 있는 아내 문하영이었다. 문하영은 오영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에 서원에게 마지막에 가서 자신을 이용하라고 했다. 7년의 세월동안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오영제를, 자신을 세상 끝으로 몰아낸 오영제와 맞섰을 때 어떻게 문하영을 이용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지만 문하영이란 이름만으로 오영제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그렇게 쉽게 걸려드는 오영제나 그 모든 것을 예측하고 있었던 최현수, 안승환, 문하영의 마무리가 못내 아쉬웠다. 악몽 같았던 7년의 세월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어 몹시 고마웠지만, 뭔가 더 치밀함을 바랐던 나도 어쩌면 내내 함께 악몽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서원이 세상 끝으로 밀려나면서 처음 가졌던 희망은 아버지가 범인이 아닐 거라는 사실이었다. 그 희망이 어느 정도 이뤄지긴 했지만 앞으로 서원이 마주할 세상이 그리 희망적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 씁쓸했다. 사람들은 쉽게 비난하고 쉽게 잊는다. 그리고 다시 들춰지면 또 쉽게 들끓고 쉽게 분노하다 사그라진다. 그 당사자가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제한 채. 또한 누군가의 삶을 처절히 파괴해버렸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너덜너덜해서 더 이상 파괴될 것도 없는 서원의 삶에 또 다른 파괴자가 있을 거란 생각은 내가 생각해도 잔인하다. 그러나 7년의 악몽은 끝이 났다. 이젠 모두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희망은 잠시 제쳐둔 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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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군대의 장군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1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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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한국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전쟁미망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분들의 나이는 80대부터 90대 초반이었는데 꽃띠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정말 애절했다. 길게는 몇 년, 짧게는 몇달을 함께 산 남편의 사진을 보면서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며 애틋함을 넘어 세월의 절절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중에는 유해를 찾지 못해 현충원에 이름 석 자만 새겨진 미망인의 사연도 소개되었는데 『죽은 군대의 장군』 이 떠올랐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졌던 의문이 한 전쟁미망인의 사연을 보고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20년 뒤 자국 군인의 유해를 찾는 일. 자신의 임무이긴 했으나 그 일 자체가 모순이었다. 게다가 소설의 배경은 1960년대다. 군인들이 어디에 묻혀 있는지 그들의 신장이며 자잘한 특징, 인식표를 중심으로 땅을 파헤치며 유해를 찾는 일이었는데 과연 그 유해들이 정확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장군과 함께 동행한 신부(神父)는 한 가족의 부탁을 받고 Z대령의 유해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그들이 유해를 발굴하는 과정은 지난했다. 외국인 장교의 신분으로 알바니아 일꾼들을 써가며 유해를 발굴하는 일은 또 다른 전쟁을 치르는 일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칼슘의 왕국에 발을 들여놓는 이 기분'이라고 표현했을까. 그들은 과거, 그것도 전쟁이 치러진 땅을 찾아 죽음의 흔적을 다시 일으키는 힘겨운 임무를 맡고 있었다.

 

  타국에 묻힌 병사들의 의중을 들을 수는 없지만 그들은 자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을까란 의문을 갖게 된 것은 책의 초반부에 나오는 이 문장 때문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 유해를 찾아 나서는 일보다 더한 위선은 없어. 나라면 그런 호의는 사양하겠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병사 하나하나의 의중을 알 수 있는 길이 없었고 남겨진 가족들은 힘겹게 그들을 유해를 원한다는 것을 알 뿐이었다. 20년의 세월이 지나서 그런 유해를 찾는 장군도 장군이지만 그런 그가 알바니아로 떠나기 전에 유해를 찾아달라고 찾아오는 가족들의 모습은 뭐라 말할 수 없이 쓸쓸했다. 불확실한 정보와 간절함만 가득 담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장군은 그러겠다고 무마시켰다. 과거를 찾아 가는 일. 그것도 전쟁의 잔상을 뒤져 죽음을 꺼내야 하는 일을 하는 장군의 삶은 미래로 한발짝도 못 디디며 뒤로만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전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게 될 거란 나의 예상의 뛰어넘은 것은 외국인 장교의 시선 덕분이었을 것이다. 20년이 지난 유해를 찾는 것도 달갑지 않고,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전쟁의 참상을 보게 될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제3자의 시선으로 흔적을 보면서 당시의 상황을 좇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우울하거나 어둡지 않았다. 온통 잿빛으로, 생명력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소설의 전반전인 분위기 속에서도 조금씩 빛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이를테면 축구장에서 애인을 기다리는 한 여인을 바라보는 것과 유해를 파헤쳐야 하는 상황은 굉장히 대조적이었는데 과거의 죽음이 아닌 현재의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런 와중에 Z 대령의 행적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 모든 진실을 마주한 뒤 힘들게 찾은 유해가 든 자루를 뻥 차버린 장군의 행동에서 그들이 당면하고 있었던 모순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었다. 전쟁 통에 어느 누가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지킬 수 있었을 것인가. 그래서인지 Z대령도 장군의 행동도 비난 할 수 없었다. 장군과 독자인 우리가 목도한 것은 '추악하고 부조리한 전쟁의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위기의 순간에 사람의 본성이 드러난다. 요즘 들어 몇번 그런 경험을 하고나니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온전히 믿지 않게 되었다. 나또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마음일지라도 그간 살아왔던 사고방식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 어느 정도 반영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구를 비난하거나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재에 충실하지 않으면, 자신을 꾹꾹 눌러 다스리지 않으면 그 결과의 여부에 절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과는 현재의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죽은 뒤에도 그 평가가 이어진다는 사실이 무섭게 느껴진다. 

 

'사방이 비와 죽음이다......'(301쪽)

 

  내 주변의 배경을 무엇으로 만드느냐는 나에게 달려있다. 적어도 추악하고 부조리한 진실을 만들어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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