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족
전이수 지음 / 엘리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이 책의 존재를 몰랐겠지만 제대로 시청하지 못했고 입소문만 들은 터라 읽는 내내 또 다른 편견으로 보지 않으려 했다. ‘아이가 정말 이 책을 썼단 말이야?’, ‘이 그림도 직접 그렸다고?’ 같은 편견에 갇혀 책 내용을 왜곡하지 않으려 애썼다. 담담히 읽어나갔지만 읽고 난 뒤에는 책을 요리조리 뒤적거리기도 하고 서지정보도 찾아보면서 창작자이자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아이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졌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 쉽지 않다. 이성적으로 그래야 한다고 하면서도 말과 행동이 다르게 나올 때가 허다하다. 심지어 나이 차이가 나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나는 과연 다름을 제대로 인정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새로운 가족』에서는 한 코끼리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다름을 어떻게 인정하고 가족의 사랑을 알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이 녹록치 않음에서 마음이 아팠고,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가족의 사랑을 깨닫는 것이 마음 찡했다.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가족의 무리에 들어온 다리를 저는 아기 코끼리 때문에 ‘나’는 짜증이 늘어만 갔다. 자꾸 방해만 하고 참아야 하는 현실에 불평을 해보지만 엄마는 ‘모든 코끼리는 다 다르다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모두가 서로 돕고 아껴주며 함께 살아가는 거라고!’란 대답만 들려올 뿐이다.

그런 일이 쌓이고 쌓이자 ‘나’는 너무 속상에서 가족의 무리에서 빠져나와 길을 잃고 만다. 사람들에게 잡혀 등에 짐을 싣고, 우리에 갇히고 나서야 동생 코끼리를 이해하게 된다. ‘나처럼 슬펐겠구나, 나처럼 힘들었겠구나.’하고 말이다. ‘나’는 간절히 가족을 원하지만 우리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팔이 하나밖에 없는 사마귀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하게 된 ‘나’는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을 향해 달리고 또 달린다. 그리고 마침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과 엄마가 해준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창작물 그대로를 보여주기 위해 띄어쓰기나 맞춤법이 좀 틀리더라도 아이의 글씨가 그대로 실려 있어서인지 이야기 하나하나가 더 마음에 콕 박힌 것 같다.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모두 다르게 생기고, 다른 색과 표정을 지닌 코끼리들을 보면서 다름을 구별하지 못하고 보지 못한 시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코끼리들의 눈에 눈물이 맺힐 때마다 나도 슬퍼지고, 짜증나는 상황을 볼 때면 나 또한 짜증이 나고 공감이 되는 상황들이 어쩜 이렇게 생생할까 싶었다. 이 책을 쓴 이가 아이이기 때문에 대단하다, 굉장하다는 감탄보다 경험과 상상을 이렇게 맘껏 표현할 수 있는 것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그래서 앞으로 나올 창작물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가 맞물렸다. 내가 빤히 알고 있는 시선이 다른 이의 시선으로 다르게 드러나는 것. 그 안에서 또 다른 지혜를 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