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별 문학동네 동시집 19
송찬호 지음, 소복이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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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시가 읽고 싶어졌다. 책장을 서성이며 이런 저런 시집을 뒤적거리며 고르고 있는데 내 마음에 착 와 감기는 시집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동시를 모아놓은 책장에 시선이 갔고 이 책을 꺼내들었다. 마치 서점처럼 그 자리에 서서 동시를 읽고, 그림이 귀엽다며 혼자 감탄 하면서 순식간에 읽어 버렸다.


  동시를 읽으면 늘 유년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뭔가 아련했다. 아이의 눈으로(혹은 가정 하에) 사물을 보고 느끼는 시선이 좋았다. 어떻게 이런 시선을 가질 수 있고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어릴 적에 동시집을 읽고 흉내를 내면서 한 번 써봤다면 과연 싱그럽고 순수한 마음이 드러날지 너무 궁금해진다.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아줌마인 현재의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득해져서 그런가보다.


  역시나 이 동시집을 읽는 동안 괜히 내가 순수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어릴 적 나의 모습을 꾸역꾸역 끄집어내어 동시에 대입해 보면서 나는 이러지 못했음을 깨닫고도 전혀 괴롭지 않았다. 대리만족을 하게 되었고 어디선가 이런 마음들이 계속 솟아나고 있을 거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마음과 어른의 마음에서 피어난 시심이 독자들에게 많이 전달되길 바랐다.

 

  그렇다고 이 시집에 쓰인 시들이 모두 기분 좋거나 아련한 추억만 떠올리게 만드는 건 아니다. 때 묻지 않은 혹은 있는 그대로 보거나 거기에 무조건적인 아이의 시선이 있다고 생각했다. 동시를 읽으면서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언뜻언뜻 어른의 시선으로 보이는 시들이 보였다. 그런 시가 나쁘다 좋다가 아닌, 어른이 동심의 마음으로 쓴 시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이다. 이를 테면 ‘미국 메이저리그/야구 경기를 보는데/콧수염을 기른 감독이’라는 부분에서 어른의 시선이 느껴졌지만(아이라고 해서 이런 시선을 가질 수 없는 것도 아니지만) 초조해서 해바라기씨를 자꾸 까먹는 감독을 보면서 까맣게 익은 마당의 해바라기씨도 초조한가보다며 말하고 있는 시가 그랬다. 야구 경기를 보면서 마당의 해바라기씨가 초조한가보다고 감정이입을 한 적이 내게 있었을까? 갑자기 내 주변 사물들이 살아 움직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현실 도피를 위해 소설을 읽는다고 말하면서도 동시를 읽는 순간 잠시 나를 잊었다. 하지만 그런 잊음이 현실 도피가 아니라 내가 살아온 과거를 반추하게 되어 뭔가 좀 더 아련한 기분이다.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고 하면 너무 오글거릴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과거를 돌아보면서 현재의 나를 마주할 수 있어서 생각지도 못한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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