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의 여행 비룡소의 그림동화 136
사라 스튜어트 지음, 김경미 옮김, 데이비드 스몰 그림 / 비룡소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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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메산골에서 자랐다. 하루에 버스가 왕복 10대도 다니지 않는 동네였고 버스에서 내리면 15분 정도 구불구불한 산길을 걸어가야 우리 집이 나왔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이라 어릴 적에는 그 곳이 세상 전부인양 논과 밭을 뛰어 놀며 다녔는데 조금씩 도시를 경험하고 나서는 이내 내가 자란 산골동네가 시시해져 버렸다. 도시에서 우리 집은 멀리 떨어져 있었고 구멍가게 하나도 없었으며 분교가 되어버린 초등학교마저 멀었다. 그런 나에게 집이란 늘 힘들게 가야 하는 곳으로 인식되었는데 보수적인 교회의 교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소녀 한나에게 큰 도시의 모습은 어떻게 보였을까?

  한나의 여행을 살펴보기 전 한나가 검은 옷을 입고 다니며 농사일을 늘 도와야 하는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한다. 저자 소개 밑에 작은 글씨로 한나는 아미시 소녀이며, 아미시는 보수적인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교파라는 설명이 있다. 주로 미국의 펜실베니이나 주, 오하이오 주 등에 모여 살며 새로운 문명을 거부하고 18세기 생활 방식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한나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도시를 경험하지 못한 한나는 차치하더라도 그들의 생활방식을 보며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도 있다.

  생일 선물로 큰 도시, 현대문명으로 가득 찬 도시를 경험하는 한나는 일기에 그 모든 일을 기록하고 있다. 엄청난 물건이 쌓인 가게를 둘러보기도 하고, 화려한 분수가 있는 공원을 산책하고 배를 타기도 한다. 그 모든 일을 일기장에 기록하면서도 자신이 살고 있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데이비드 스몰의 화려하고 섬세한 그림이 한나가 어떤 여행을 하고 있는지 상세히 드러내기도 하고 고향에서는 어떤 생활을 했는지도 알려준다. 대도시와 18세기의 생활 방식을 고집하며 살고 있는 모습이 대조적이면서도 한나에게 이런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졌다.

  도시의 수족관을 보며 고향에서 직접 물고기를 보며 현장학습을 했던 것과 비교하기도 하고, 화려하고 큰 교회와 자신들이 드린 예배를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도시를 둘러보며 자신이 살고 있는 고향과 비교하는 한나의 일기를 보며 그렇게 큰 도시를 경험하고서도 결코 자신의 고향을 시시하게 여기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미술관에서 본 그림이 마을 풍경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마을 풍경과 미술관의 그림이 닮아 있어 괜히 마음이 푸근해졌다. 잠깐의 여행이었지만 자신이 어디에 살고 있으며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낱낱이 보여주는 한나의 일기. 그리고 한나가 본 풍경과 고향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진 그림을 보며 내 고향을 시시하게 생각했던 내가 조금은 멋쩍어졌다.

  저자의 책『도서관』이 좋아 다른 작품을 더 읽고 싶어서 구입한 책인데 같은 책이 있는지 모르고 또 구입한 책이다. 읽은 지 한참 됐지만 언제든 다시 펼쳐도 글과 그림이 정겹다. 이런 책은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구입하곤 하는데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함께 읽으며 느낌을 공유하고 싶다. 그러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지만 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이라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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